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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마을 이름 ‘얼씨구’

[아투 유머펀치] 마을 이름 ‘얼씨구’

기사승인 2020. 10.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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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우리나라에는 재미있는 지명과 마을 이름이 참 많다. 원통마을, 통곡마을, 목욕마을이 있고 유령마을, 사탄마을, 대박마을도 있다. 망치리, 조지리, 대가리, 고문리, 보체리, 설마리가 있는가 하면 고자로에 황천길도 있다. 지명에는 나름의 내력이 있겠지만 우리말이나 한자어 또는 통속적인 어투로 해석하면 전혀 엉뚱한 분위기가 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 화정동에 있는 방구마을과 전남 구례의 방광마을이 그렇다.

충북 증평의 연탄마을과 경남 김해의 우동마을, 경기 양평의 국수마을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가장 구미가 당기는 지명은 경북 군위의 파전마을과 전남 완도의 굴전마을, 그리고 경남 양산의 소주마을이다. 하지만 충남 청양 주정리나 충북 보은 부수리에서는 낭패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전남 담양 객사리와 경남 진주 압사리에서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강원도 정선의 고성리·가수리와 충남 금산의 목소리, 전남 함평의 외치리는 밀양 가곡동에 가서 자매결연을 맺으면 좋을 듯하다. 전남 해남의 고도리에는 올겨울 노름꾼들이 모여들려나... 국토지리정보원이 한글날을 맞아 전국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이름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옥낭각씨베짜는바위’로 나타났다. 강원도 정선의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가 가장 길다는 설도 있다.

전국의 시·도 중에서 순수 우리말 고유 지명을 가장 많이 간직한 곳은 경북이었다. 아름다운 지명은 전해오는 이야기 또한 애틋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도시지역일수록 정감 나는 마을 이름은 사라지고 국적불명의 아파트 이름만 난무하고 있다. 그중에서는 ‘이천증포3지구대원칸타빌2차더테라스‘처럼 긴 명칭도 있다. ‘검단신도시2차노블랜드에듀포레힐’도 만만찮다.

천태만상의 이름으로 따지자면 대한민국의 정당 변천사가 가장 압권일 것이다. ‘자유’ ‘민주’ ‘공화’ ‘통일’ ‘정의’ ‘한국’ ‘국민’ ‘평화’ ‘민중’이란 용어를 앞뒤로 뒤섞어 쓰다가 한계에 이르자 ‘나라’ ‘누리’ ‘우리’ ‘미래’까지 등장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열린’ ‘더불어’ ‘대안’ ‘새로운’ ‘비례’ ‘힘’이라는 수식어까지 나왔다. 분열과 야합, 그리고 탈당과 합당의 무분별하고 몰가치한 이합집산의 귀결이다. 이름이 무슨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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