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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혈병 기금 500억, 목적에 맞게 제대로 써야

[사설] 백혈병 기금 500억, 목적에 맞게 제대로 써야

기사승인 2020. 10.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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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사장 박두용)이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자 단체 ‘반올림’과 협의해 기탁한 500억원 가운데 390억원을 건물 매입에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탁금 대부분이 피해자 등 수혜자 복지와 재해 예방 등에 쓰이지 않고 건물 구입에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다.

14일 공단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게 낸 ‘삼성전자 발전기금 계획’을 보면 공단은 500억원 중 건물구입 390억원, 연구 장비 및 각종 부대시설 구입 60억원, 제세 공과금과 기타 비용 52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비용도 3억원을 넘는다. 이 건물에 산업재해 예방, 질병 실험 등을 하는 ‘미래전문기술원 청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단은 건물 후보 지역으로 분당, 판교, 광교 등을 꼽았고 여의치 않으면 서울로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공단이 울산에 있는데 굳이 수도권에 건물을 마련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달 중 청사선정위원회를 열어 구입 건물을 선정하고, 리모델링 등 입주에 필요한 작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백혈병 기금은 2007년 기흥공장 근로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후 11년 만인 2018년 11월 삼성전자가 반올림과의 협상에서 500억원을 공공기관에 출연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기탁 기관으로 정해졌고 2019년 기탁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백혈병 사태를 사과하고 개별 보상금은 별도로 지급했다. 사망한 근로자의 피눈물이 밴 돈이다.

공단은 기탁금을 활용해 백혈병 등 보건안전에 대한 기틀을 마련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탁금의 80%나 되는 돈을 건물 구입에 쓰는 것은 합당치 않다. 건물이 꼭 필요하다면 본부가 있는 울산에서 구하면 된다. 훨씬 싸게 구하고, 나머지 돈을 재해 예방 등에 쓸 수 있을 것이다. 기금은 용도에 맞게 제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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