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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긴급칙령 선포로 반정부시위대 해산·체포…주최측, “15일 다시 모이자”

태국, 긴급칙령 선포로 반정부시위대 해산·체포…주최측, “15일 다시 모이자”

기사승인 2020. 10. 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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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까지 이어진 밤샘집회, 총리퇴진·왕실개혁 요구
지지자로 오인한 왕비가 웃으며 손 흔드는 해프닝도
당국, 긴급 칙령 발표하며 5인 이상 집회 금지
APTOPIX Thailand Protests <YONHAP NO-3451> (AP)
14일 오후 2만여명이 모여 쁘라윳 총리 퇴진·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한 태국 반정부 집회가 밤새 이어졌다. 방콕 정부청사 인근에서 민주세력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 당국은 15일 오전 이날 경찰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하는 한편 긴급 칙령을 발표해 5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했다./사진=AP·연합
태국 방콕에서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과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거세지자 당국이 15일(현지시간) 오전 긴급 칙령을 발표하며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강경카드를 꺼내 들었다. 5명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등 긴급 칙령이 발표된 방콕 시내에는 정부 청사 인근에 경찰 수천 명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5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이날 오전 4시(현지시간)에 ‘긴급 칙령(emergency decree)’을 발표해 △5인 이상 집회 금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와 온라인 메시지 금지 △정부청사 등 당국이 지정한 장소 접근 금지 등을 명령했다.

이는 전날 오후 방콕 시내 민주주의 기념탑에서 1973년 10월 민중봉기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린데 따른 조치다. 14일 오후 왕궁으로 통하는 랏차담넌 거리에 있는 민주주의 기념탑 인근에는 약 2만명 안팎의 시민들이 모여 쁘라윳 총리의 퇴진과 군주제 개혁을 촉구했다.

집회 도중 외부 행사 참석을 위해 거리를 지나는 수티다 왕비와 디빵꼰 왕자가 탄 차량이 시위대와 마주치기도 했다. 시위대는 왕비가 탄 차량에 민주세력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들어보였고, 일부는 차량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수티다 왕비가 이를 지지세력의 응원으로 오인한 듯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쁘라윳 총리는 15일 오전 “많은 사람들이 방콕 시내 불법 집회에 참석해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하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행위를 했다”며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종식하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며 긴급 칙령을 발표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됨에 따라 경찰 병력이 정부청사 근처 시위대를 모두 강제로 해산시켰다. 태국 경찰은 이 과정에서 20여 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는 시위대를 이끌던 인권변호사 아논 남파와 학생운동가인 파릿치와락 등 지도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주최측은 15일 오후 방콕 라차프라송 구역에서 다시 집결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당국은 현재까지도 정부청사 인근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15일 오후 예고된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13개 중대, 2000명을 배치할 것이라 밝혔다. 당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법 메시지를 게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참석한 태국 대학생 P씨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국민들이다. 당국이 일부러 왕실 우호세력과의 충돌을 야기하거나, 왕실 차량을 시위대가 모인 쪽으로 보내며 갈등상황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 만 국민들 목소리를 듣기보다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우리 입을 막고, 함께 소리친 우리 친구들을 연행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 비판했다.

입헌군주제인 태국에서는 왕실을 신성시 여겨 왕실과 왕실 구성원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됐다. 왕실이나 왕실 구성원을 모욕하거나 부정적인 묘사를 하는 경우 형법에 따라 최고 징역 15년형에 달하는 중형에 처한다. 이 가운데 왕실과 군주제 개혁까지 요구하고 있는 현재의 반정부 집회는 무척 이례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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