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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악성 민원에 극단적 선택 경비원…법원 “업무상 재해”

[오늘, 이 재판!] 악성 민원에 극단적 선택 경비원…법원 “업무상 재해”

기사승인 2020. 10. 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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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세 악화…개인적 소인 발현에 영향 미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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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인에게 장기간 시달린 아파트 경비원이 우울증세가 악화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과거 정신 질환을 앓았던 사람이라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업무상 스트레스’로 급격히 우울 증세가 악화된 정황이 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1년부터 경남 양산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해오던 중 2017년 7월 회사 대표에게 ‘몸이 힘들어 소장 대체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남기고 며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유족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부동산 문제에 시달리고, 과거 공황장애를 앓던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부지급 결정 처분을 했다. 산업재해 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도 재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유족은 “통장과 부녀회장 등 입주민들 간 갈등 중재, 민원 처리 문제로 장기간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사망 직전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모욕적 항의를 받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주민의 지속적, 반복적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 요인과 겹쳐 우울증세가 유발·악화됐다”며 “A씨는 인식능력,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과거 공황장애 치료를 받은 개인적 소인이 있기는 했지만, 2006년 1월~2017년 6월 치료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2017년 7월 급격히 불안 및 우울장애 증상이 심화돼 사망에 이른 경과에 비춰보면 그 무렵 상당히 증가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적 소인의 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1년8개월 전 새로 입주한 악성 민원인 B씨가 A씨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B씨는 층간소음과 주차 문제 등을 두고 A씨에게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는데, 이른 아침이나 새벽 4시에도 A씨의 개인 휴대전화로 항의 전화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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