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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택배연대노조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숨진 택배노동자는 26명이다. 이 가운데 12명은 올해 사망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증가했으며, 그로 인한 노동의 강도와 시간도 늘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월 이후 월별 택배물동량은 작년 동월 대비 약 3000만~8000만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서만 3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속 김원종씨, 12일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씨와 한진택배 소속 김동휘씨가 숨을 거둔채 발견됐다. 김 씨는 지난 8일 새벽 4시 28분 동료 택배 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 씨는 “오늘 420개를 들고 나왔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정리 해야 해요”라며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호소했다. 유족들과 택배연대노조는 사망 원인을 과로사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진택배는 기사 한명이 맡고 있는 구역이 넓다”며 “같은 물량이라도 대한통운 등 다른 택배회사보다 노동 강도가 곱절은 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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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 적용 신청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비난여론 빗발치자 고용노동부는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더라도 본인 의사가 아니라고 확인될 경우 산재 보험 처리를 해주고 있다”며 “최대한 조사를 해서 산재 가입률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과로사로 인해 입직 신고를 하지 않는 위법행위도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 보험 가입을 위한 절차 중 하나인 입직 신고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 수준밖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는 입사 14일 이내에 입직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입직신고를 안하는 대리점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다양한 사정 때문에 신청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점과 택배 노동자 사이의 문제라 하더라도 원청은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택배사다. 하지만 이들은 관여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노동자의 경우 대리점과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라서 관리감독 등의 책임은 일단 다 대리점에게 있다”며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자동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뒤늦게 강화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고용노동 위기대응 TF 대책회의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금주부터 과로 등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다음달 13일까지 택배사 및 대리점에 대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택배기사 6000명에 대한 면담조사도 병행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3주간 실시하는 긴급점검은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산재보험 입직신고 여부 등도 조사한다. 고용부 차원에서는 6개 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산업안전감독관과 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택배분야 ‘기획점검팀’을 구성해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