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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한 것이 아니라 과로사 당했다”

“과로사한 것이 아니라 과로사 당했다”

기사승인 2020. 10. 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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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택배노동자 죽음, 고질적인 '공짜노동'이 원인
택배과로사대책위, '택배 분류작업 거부' 철회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
지난 12일 또 한 명의 택배 노동자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김모씨(36)였다. 같은 날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과로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노동자가 근무 후 사망했다. 앞서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40대 노동자가 배송 업무 도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숨졌다. 올해 12명, 이번 달만 19일까지 3명의 택배 노동자가 숨졌다.

이 죽음의 행렬에는 ‘분류작업’이라는 ‘공짜노동’이 숨어 있었다. 다수의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를 고객들에게 배송하는 시간보다 물류 분류작업에 시간이 더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른 아침 출근해 7~8시간가량을 물류 분류작업에 할애하지만, 이 작업은 모두 무보수로 이뤄진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분류를 끝내는 대로 늦은 밤까지 배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 ‘과로사한 것’이 아니라 ‘과로사 당했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택배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지난 추석 특별수송 기간 물류센터에 분류를 위한 전담 인력을 보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인력은 극소수 대리점에만 충원됐다. 이마저도 지원받지 못한 곳은 노동자들이 돈을 모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며 관심이 사그라들자, 분류 작업은 다시 택배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추석 기간 보충 인력으로 잠깐이나마 과로사를 막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추석이 지나자마자 3명이 죽어 나갔다. 분류작업에 사람이 조금만 투입돼도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이번에 사망한 한진택배 기사가 소속된 한진그룹의 올해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나 상승했다”며 “늘어난 이익을 분류인력 보충이나 택배 수수료 구조를 바꾸는 데 사용해 노동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미온적으로 대처하던 고용노동부도 오는 21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강한 비난여론에 밀려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법사항 확인 시 해당 사업장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취소하고 보험료를 소급 징수할 것”이라며 “택배회사와 대리점이 안전·보건조치를 관련법에 따라 이행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심할 경우 형사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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