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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에 ‘답정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손발이 된 산업부·한수원

탈원전 정책에 ‘답정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손발이 된 산업부·한수원

기사승인 2020. 10. 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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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전 장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방침 정해
산업부·한수원, 회계법인 압박해 경제성 평가 낮게 유도
감사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월성 1호기 감사 공개<YONHAP NO-2787>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연합
월성 1호기의 운명은 조기폐쇄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이 산업부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에 대한 보고를 지시한 지 이틀만이다.

이후 산업부는 월성 1호기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을 제외한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도록 했다. 산업부는 이 과정에서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데 유리하도록 경제성 평가 등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신규 원전 백지화 등을 비롯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재확인한 바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017년 10월 법률 제정을 통해 월성 1호기 가동중단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한수원이 경제성을 평가해 조기폐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산업부는 2018년 1~3월 한수원과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이행을 지속 요구해왔다. 대통령비서실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 방안에 대한 보고를 지시하자, 백운규 전 장관이 2018년 4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즉시 가동중단’시키는 방향으로 산업부의 방침을 정했다.

한수원은 당초 월성 1호기를 운영허가기간까지 계속 운전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었지만, 백 전 장관의 지시 이후 가동중단이 경제성이 가장 높다는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당시 원전정책과장이던 A국장은 백 장관 지시로 회계법인과의 협의를 통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의 경제성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성 평가를 담당한 삼덕회계법인은 “회계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민감한 시기인데 기존 적용했던 변수들을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만류했지만 산업부과 한수원이 회계법인에 계속 요구해 경제성 저평가를 밀어붙였다.

회계법인 담당자는 이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에게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베일벗은 월성1호기 감사자료<YONHAP NO-2843>
감사 시한을 8개월여 넘긴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자료가 20일 공개됐다./연합
감사원은 회계법인이 한수원이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회 감사요구 취지 등에 따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과정과 정체성 평가의 적정성 여부를 위주로 점검했고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 평가를 비롯해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에,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 감사만으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정부기관 재취업이나 포상 등에 불이익을 주도록 정부에 인사자료를 통보하고, 한수원 사장에게는 ‘엄중 주의요구’ 조치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 자료를 무단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한 A국장과 B씨에겐 국가공무원법 82조에 따라 징계할 것을 요구했으며,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감사원은 또 한수원 이사들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한 것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함에 따라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고, 본인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판단에 따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법리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당연히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며, 지적사항에 대해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검토를 통해 후속조치를 성실히 이행해나겠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밑거름 삼아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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