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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한계 드러낸 ‘김종인 리더십’

[홍성걸 칼럼] 한계 드러낸 ‘김종인 리더십’

기사승인 2020. 10. 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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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지난 26일 마무리됐다. 국정감사는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야당의 존재감을 확인함으로써 대안 집권세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종 해수부 공무원 사살 및 시신훼손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적법성이 의심되는 인사권 및 지휘권 행사, 라임 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사건에의 청와대 행정관 연루 의혹 등 여당의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과거처럼 구태를 반복했다. 왜 국민의힘은 그처럼 무기력했을까.

의석이 부족하다는 것만으로 야당의 무기력함이 설명되진 않는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보수우파의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정부여당의 실정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어야 했다. 대표적 보수우파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가치와 좌표를 재정립하고자 노력해 왔고, 실질적 사회주의를 내세우는 문재인정부와 분명히 차별화되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잠재적 집권세력으로 인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자당에 기대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찾기 어렵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작금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시대정신은 물론, 보수우파의 품격도, 대안도 찾기 어려웠다. 스스로 청년인재를 기르지 못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만 앞섰다. 보수적 청년세대를 영입하고도 그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마당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실수는 청년의 특권인데도 작은 실수 하나로, 사실은 잘못인지 분명하지도 않지만, 그들을 쫓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니 만성적 인재부족에 시달리면서 금태섭 전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자마자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거론하고 현직 검찰총장을 차기 대권후보로 탐을 내기도 한다. 그것이 103석을 보유한 야당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지도부에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고령에도 정치적 감각이 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대적 과제를 헤쳐 나가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이 문제다. 지금까지 그의 경력과 언행을 종합할 때, 김종인씨는 항상 자신이 중심이어야 하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가치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수우파의 정체성과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논의도 없이 비대위원장의 생각만으로 밀어붙인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나아가 차기대선의 후보자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마치 비대위원장이 후보를 낙점하는 것처럼 비치는데도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비대위 체제를 이어갈 생각인 것 같다. 그런 정당을 유권자들은 결코 수권가능성이 있는 정당으로 보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무분별한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추진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국가경쟁력이 기초부터 흔들릴 때, 우리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서 이 나라는 지금도 어렵지만 미래는 더욱 어려울 것이고, 국민은 상상조차 힘든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보수우파의 대표정당으로서 국민의힘에 이 시기는 정권교체의 기회다. 정권을 잡으려면 상대의 실패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가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 신뢰받는 대안정당이 되어야 한다.

조직이든 국가든, 리더십의 변화 없이 환골탈태는 불가능하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태어날 새로운 리더십이 제시할 비전과 대안이 이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이 될 때, 비로소 국민의힘은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뒷일을 맡을 사람이 없다 말하지 말라. 서산에 지는 해가 내일 뜨는 해가 없을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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