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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바이든의 그린뉴딜 ‘소형원전’ 뜨는데… 韓, 20년 ‘스마트원전’ 꿈 멈췄다

[단독]바이든의 그린뉴딜 ‘소형원전’ 뜨는데… 韓, 20년 ‘스마트원전’ 꿈 멈췄다

기사승인 2020. 11.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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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우디 측 사업 중단 의사 전해
사업비만 총 5000억원… 물거품 우려
원자력硏 “국가 간 공식 서신 온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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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원전 모형./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우리나라가 4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연구비를 쏟아부어 개발해 온 차세대 소형원전 ‘SMART 원전’이 지어보지도 못한 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손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사실상 사우디로부터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형원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내 2300조원을 들여 추진하겠다는 ‘탄소 제로’ 공약의 한 축을 맡을 정도로, 세계 각국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한국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MART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사업 파트너인 사우디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은 당초 사우디에 SMART 원전 2기를 짓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사우디가 태도를 바꾸면서 20여년 간의 노력이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SMART 원전 프로젝트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스마트 원전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고 K.A.CARE에 통보했다”며 “K.A.CARE가 이러한 사우디 정부의 입장을 원자력연구원에 알렸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과 K.A.CARE는 지난 2015년 SMART 원전 건설을 위한 ‘SMART 건설 전 설계(PPE)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이를 개정하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한국기업과 사우디 기업이 참여하는 법인체(가칭 SMART EPC)를 설립하기로 하고, 완료 전까지 한수원이 ‘SMART EPC’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골자다.

SMART 원전은 110메가와트(MW)급 소형원전으로, 대형 원전의 10분의 1 규모다. 인구 10만명 규모의 소도시나 산간 도서 벽지 등에서 전력공급용으로 용이하다. 특히 SMART 원전은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해수담수화·지역난방·공정열 공급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다목적 원자로로 주목 받아왔다.

사우디는 2015년 PPE 협약에서 SMART 원전 첫 호기를 포함한 2기를 자국에 건설하기로 했다. 당시 국내에선 ‘짓지도 않은 원전’을 수출했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하지만 사우디가 스마트 원전 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지어보지도 못하고’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SMART 원전에 투입된 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연구비만 날릴 판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발에 착수한 1996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SMART 원전에 4009억원이 투입됐으며, 사우디는 SMART PPE 사업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사업의 이상 신호는 인허가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한수원 등 사업자는 올 초 완전피동 안전계통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접수했다. 하지만 11월 현재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SMART 원전은 지난 2012년 ‘일체형 원자로’로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으나, 안전성 향상을 위해 완전피동 안전계통을 적용하고 이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할 계획이었다. 이에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 K.A.CARE는 표준설계인가 획득에 필요한 재원 분담 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K.A.CARE는 인허가 관련 비용 1차분은 지불했으나, 이후 비용 부담을 하지 않아 인허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KINS 관계자는 “인허가 신청 이후 사업자가 서류적합성 검토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만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며 “서류제출이 10개월 이상 늦어지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우디 내부사정으로 지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두 가지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우선 사우디가 올해 저유가와 코로나19으로 재정난이 심해져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실제 사우디는 올 2분기 290억달러(약 34조8337억원)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맞서 SMART 원전이 미국 뉴스케일(NuScale)의 소형원전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우디가 20여년 전 개발을 시작한 구형 원전 보다 다른 국가의 신형 원전을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소형원전 개발 각축전에 나선 사이 ‘원자력 강국’ 한국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공약을 통해 “원자로 건설 비용이 절반 수준인 소형 원전이 100%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 중 하나”라고 밝혀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은 2050년까지 1000기의 소형원전이 건설, 글로벌시장 규모는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사우디 측의 스마트 원전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최종적으로 국가 간 공식 서신이 온 것은 아니다”라며 “설립 중인 ‘한-사우디 원자력 공동 연구센터’에 사우디 훈련생 3~4명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보면 무 자르듯이 (사업을 중단)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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