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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

[칼럼]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

기사승인 2021. 01. 0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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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졌을 때, 박씨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큼 유력정치인이다 보니 정치권의 반응은 여당 측과 야당 측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었는데, 그때 주로 여당측 인사들이 고소인을 지칭해 처음 사용한 신조어가 ‘피해 호소인’이다.

비록 고소인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일방적 주장일 뿐 아직 박씨가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바가 없는 만큼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상 박씨는 무죄로 추정되고, 같은 이치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역시 피해자라고 확인된 바가 없으니 피해자라는 단언적(斷言的)인 용어가 아니라 피해 호소인이라는 가정적(假定的)인 단어가 적절하다는 논리이자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야당 측 인사들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피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가혹한 2차 가해라는 취지로 여당인사들을 맹비난했다.

여당 인사들의 주장대로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은 유죄판결 확정 전까지는 범죄인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현대 형사소송절차의 대원칙으로서 위 원칙에 따르면 여당 인사들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하다.

특히 성추행 등의 성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 두 사람 사이에 은밀히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어떤 범죄보다도 객관적 증인이나 증거가 존재하기 어려운 만큼 자칫 어느 한쪽 진술만을 일방적으로 신뢰할 경우 억울한 가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범죄이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지목된 사실만으로 박씨의 경우처럼 목숨을 던지는 등 현재의 사회 분위기상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되기만 하면 그 자체로 당사자는, 비록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개인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만큼 여당 측 인사들의 논리는 더욱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당 측 인사들은 지금까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자기 진영 사람일 때만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내로남불’의 한 형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당사자가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참으로 불공정한 편파주의요, 자가당착의 모순된 행동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박씨 사건이 모든 국민들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한 소중함을 철저히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소망한다.

박씨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여당 측이든 야당 측이든 진영논리를 떠나 모든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판결 확정 전까지는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로 통일해 호칭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그에게도 적법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성숙한 법치주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범죄의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추호도 이견이 없지만, 아무리 흉악한 죄인이라도 정당한 법적 절차에 의한 처벌이 아니고(가해자에게 부여된 법적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도 적법절차에 의한 처벌의 필수요건이다), 여론재판 등 마녀사냥식 처벌이 돼서는 문명사회의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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