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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자 ‘기억의 전달자’ 폴 소볼 별세

아우슈비츠 생존자 ‘기억의 전달자’ 폴 소볼 별세

기사승인 2020. 11. 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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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자 폴 소볼 브뤼셀서 별세
생전 '기억의 전달자'로서 홀로코스트 참상을 널리 알려
폴 소볼
폴 소볼이 생전 인터뷰에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본인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벨기에 언론 RTL info 방송화면 캡처
아시아투데이 안현정 브뤼셀 통신원
= 18일(현지시각) 아우슈비츠 생존자 폴 소볼(Paul Sobol)이 지난 17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고 더 스탄다르트(De Standaard)를 비롯한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소볼은 뇌동맥류파열로 숨을 거두었다. 아들인 알랭 소볼은 “아버지가 어머니 넬리의 곁으로 떠났음을 알리게 되어 무척 슬프다”라고 벨기에 현지언론에 말했다.

폴 소볼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 상에서 고인을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룩셈부르크 겸임 주 벨기에 이스라엘 대사 임마누엘 나손(Immanuel Nahshon)은 트위터를 통해 “마지막 남은 아우슈비츠 생존자 중 한명인 폴 소볼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그는 나치 참상의 목격자로서 많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제 그의 기억을 생생히 간직하는 일은 우리에게 달렸다. 소볼의 기억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며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마누엘 나손 트위터 캡처 사진
사진=룩셈부르크 겸임 주 벨기에 대사 이마누엘 나손 트위터 캡쳐
폴 소볼은 1926년 6월 26일 파리의 한 폴란드계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만 2세가 되던 해에 온 가족이 벨기에 브뤼셀로 이주했다. 1940년 벨기에가 나치의 손아귀에 떨어지자 유태인 신분을 숨긴 채 살던 소볼은 1944년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가족과 함께 메헬런 임시수용소에 끌려갔다. 이후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이송되었다. 1945년에는 ‘죽음의 행군’을 겪어야 했다. 같은 해 독일이 패망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소볼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여동생 벳시 소볼 뿐이었다.

소볼은 해방 후 40년이 지난 1987년부터 ‘기억의 전달자(passeurs de memoire)’로서 많은 젊은이에게 나치의 잔혹행위와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을 알렸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홀로코스트 역사 교육에 힘을 쏟았다. 2010년에는 <나는 아우슈비츠를 기억한다(Je me souviens d‘Auschwitz)>라는 제목으로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증언하는 회고록을 출간했다.

올해 1월 홀로코스트 해방 75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소볼도 여기에 참석했다.

“나는 가족 중에서도 특히 사라져버린 이들에 대해 떠올립니다. 어머니께 작별인사조차 드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행사를 앞두고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생전에 한 말이다. 70년도 더 지난 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듯 인터뷰 영상 속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강제 수용소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버팀목은 사랑의 힘이었다. 몇 년 전 먼저 운명을 달리한 아내 넬리 반더페르는 게슈타포가 소볼을 체포하기 전 가까스로 그에게 음식 꾸러미와 본인의 사진을 건넸다. 나치 수용소에서 소볼은 연인 넬리의 사진을 8등분으로 접어 품에 고이 간직하면서 암울한 시기를 견뎠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나치 치하 독일은 유태인을 대상으로 대량 학살을 자행했다. 이 ‘최종 해결’로 불리는 유태인 인구 말살 정책으로 600만 명 가량의 유태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럽에 거주하던 유태인 인구 3분의 2에 달하는 숫자였다. 이중 300만 명의 유태인이 아우슈비츠와 같은 집단 학살 수용소에서 독가스로 살해당했다.

미국 홀로코스트 추모 기념관에 따르면 15년 동안 기념관 명부에 등록된 홀로코스트 생존자 인구는 약 195,000명이다. 이중 많은 이들이 현재는 세상을 떠났다. 대부분이 고령의 나이인지라 생존자 수는 해마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danibyeol7@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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