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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탈원전 비용,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처리할 수 없다

[기고] 탈원전 비용,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처리할 수 없다

기사승인 2020. 1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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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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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입은 한국전력의 손실 등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이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에 부가해 전기소비자가 납부한다. 전기요금의 6%까지 부담시킬 수 있고, 현재 부담율은 3.7%다. 기금 수입은 매년 2조원이 넘으며, 전력산업발전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아직은 시장경쟁력이 없으나 무탄소 사회를 지향하는 전력산업의 방향을 고려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등에 명시돼 있기도 하다.

이렇듯 기금은 사용목적이 법률에 구체적으로 지정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발생한 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는 법규정은 없다. 그러니 대통령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이 역시 법에 규정된 기금의 목적성에 비춰 볼 때 타당하지 않다. 기금은 산업 진흥을 위한 것이지 산업 퇴출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자력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높은 산업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무탄소 사회 구축을 위해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원자력진흥법에 의해 국가가 진흥을 도모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도 하다.

법 규정을 떠나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인한 기업의 손해를 보상하겠다는 이유도 황당하다. 한전의 2018년도 결산보고서를 보면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해 투자했던 5704억원을 손실처리하면서 정부가 기금 등을 이용해 손실보전을 해줄 것이라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미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그 배경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반면 한국수력원자력이 내세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이유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앞뒤가 맞지 않다. 한전의 주장이 맞다면,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조기폐쇄됐기 때문에 보상을 받아야 한다. 반대로 한수원의 주장이 맞다면 정부는 공기업의 잘못된 투자결정에 대한 보상은커녕 질책을 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입법으로 보상을 명시했다. 독일은 탈원전 선언 후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정책을 입법화했으나 원전 조기폐쇄가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2018년 조기폐쇄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 분명히 했다. 또 조기폐쇄에 따른 전력수익 손실에 대해서도 보상한다.

전력회사 입장에선 운전할 수 있는 발전소를 정부 정책에 따른 폐쇄로 입은 손해인 전력수익 손실에 대해 보상받는 것이 맞다. 특히 한전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타전원을 구매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아야 한다. 그러니 정부가 한전에 탈원전 비용보상을 하겠다면 입법으로 투명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 투자 손실이 아니라 전력수익 손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존속 여부와 부담 주체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2001년 전력시장 민영화를 전제로 추진한 전력산업구조개편에서 공기업인 한전이 수행하던 공적 기능을 정부가 맡기 위해 설정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전력산업은 한전에서 발전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이후 진척이 없다. 여전히 공기업 지배체제에 있는 전력시장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존속 명분은 크지 않다. 또 정부의 대다수 기금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는 반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기금을 유지하더라도 부담자는 사업자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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