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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의의

[이효성 칼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의의

기사승인 2020. 11. 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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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지역경제 통합을 추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1년 11월 제안되고, 그 이듬해부터 협상이 시작되어 2019년 11월 타결된 후 2020년 11월 15일 화상으로 진행된 협정 당사국들의 정상회담에서 서명되었다. 앞으로 아세안 국가 중에 6개국, 비아세안 국가 중에 3개국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아세안 10개국 및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비아세안 5개국이 참여했다.

본래 인도도 협상에 참여했으나 서명에는 불참했다. 자국의 제조업 및 농산물의 보호와 중국에 대한 견제가 그 이유다. 최근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국경 충돌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는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주도하는 별도의 경제 블록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필적하는 인구를 가진 인도의 불참은 이 협정의 큰 허점이다.

2020년 현재 이 협정의 회원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30%(22억명)이며, 세계 GDP의 30%(262조 달러)를 차지하는 역사상 가장 큰 경제 블록이다. 이 협정은 발효 20년 내에 역내 수입품 관세의 90%가 제거되고 이커머스, 무역 및 지적 재산권에 관한 공통의 규칙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 협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그리고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을 아시아로 끌어당기는 동시에 세계의 경제와 정치에서 미국과 유럽의 쇠퇴를 증폭시킬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이 협정은 중국이 자국에 진출한 타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정책에 대한 금지를 수용하는 등 일정 부분 양보한 측면도 있다. 이 협정은 낮은 수준의 자유무역 협정이어서 대부분의 참가국들에 큰 수혜도 피해도 없겠지만, 한국과 일본이 가장 큰 실익을 얻을 것으로 말해진다. 한국은 일본을 제외한 회원국 모두와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데다 개방 수준에서 별 차이가 없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공산품의 상당한 관세 인하 효과 외에도, 수많은 개별 협정들에 의한 규정의 복잡화를 뜻하는 ‘스파게티 보울 현상’을 줄이고, 아세안에 한류 콘텐츠 수출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유럽이나 아메리카처럼 경제 블록을 형성하지 못했다. 나라 사이의 경제력에서도 차이가 심한 데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부족으로 불신의 골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아시아·태평양의 주요 국가들이 낮은 수준일망정 집단적 자유무역 협정을 맺었으니 ‘아시아의 새로운 시대의 출발’로 불릴 만도 하다.

미국은 2010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을 제외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을 출범시켰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 무역 주의를 내세우며 이 협정을 탈퇴함으로써 RCEP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래한 일이긴 하지만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에는 난처한 상황이다. 중국과 서방세계를 경제적으로 분리시키려는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은 RCEP으로 상징적 차원에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의 만회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TPP에 복귀하여 이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이 주도했던 TPP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미국은 참여하지 않고 중국은 참여한 RCEP에는 참여하였다. 이로써 앞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에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로서는 다자간 자유무역을 더욱 더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이 수출 주도형의 우리 경제에 RCEP이 가지는 또 하나의 큰 의의다. 시장이 더 크게 열린 만큼 우리 산업체들은 관세 인하에 안주하지 말고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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