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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왕이 방한, 발목 잡힐 약속은 하지 말아야

[사설] 왕이 방한, 발목 잡힐 약속은 하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0. 11.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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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박 3일 일정으로 25일 서울에 왔다. 오늘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27일에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박병석 국회의장도 만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방한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왕 부장의 방한은 한·중 양국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에 큰 공을 들여왔는데 이 기회에 분명하게 확답을 받으려 할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방한을 선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이 미국으로 기울지 않도록 미·중 갈등과 현안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할 전망이다.

한국은 미·중 양쪽에서 구애를 받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동북아 안보와 동맹의 핵심축으로 여긴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11월 19일자 “미국이 필요한 대중 전략” 기사에 바이든의 미국이 대중 전략 파트너 국가로 한국, 영국, 일본, 호주, 캐나나, 유럽연합(EU)과 손잡는 모습의 그림을 실었다. 중국도 툭하면 무역·문화 보복을 하면서도 한국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역갈등, 화웨이 제재, 남중국해 문제, 홍콩 인권과 대만 군사력 지원, 국제기구 주도권, 중국 포위전략인 ‘쿼드’ 등 곳곳에서 충돌한다. 북핵 접근도 딴판이다. 미국은 선(先)비핵화 후(後)지원인데 중국은 단계적 비핵화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지지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한국의 몸값이 올라가는 이유다.

정부는 왕이에게 불필요한 약속으로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 2017년의 미사일방어체계(M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3불(不)’ 약속이 지금까지 논란이다. 최근 주미대사가 한국이 미국을 또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외교관답지 않는 말을 했는데 정권 교체기에 이런 미국의 오해를 살 말이나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지혜로운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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