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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개좋은’ 세상

[아투 유머펀치] ‘개좋은’ 세상

기사승인 2020. 11. 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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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견류(犬類) 사상 최고의 호시절은 17세기 후반 일본 도쿠가와 막부 때가 아닐까 싶다. 5대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아들을 얻지 못하자 당대의 고승에게 자문을 구했다. 해법은 ‘살상금지령’ 공포였다. 전국시대를 평정하면서 선조들이 자행한 숱한 살생의 업보를 청산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동물애호령’으로 비화하면서 특히 ‘개 숭배지침’으로 변질됐다. 쇼군이 개띠였기 때문이었다.

개를 학대하다가 목이 달아나고 개를 잘못 건드렸다가 애먼 사람들이 경을 치기 일쑤였다. 개싸움을 말렸다고 엄벌을 받는가 하면 개싸움을 말리지 않았다고 또 처벌을 당했다. 급기야 개호적 대장과 개전용 아파트가 생기고 왜인들은 개를 ‘개님’이라 불렀다. ‘개 재앙’이 두려워 개는 피하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했다. 조선사람들 눈에는 그런 ‘개판 세상’이 또 어디 있었을까.

그래서 일본에는 ‘개떡’ ‘개꿈’ ‘개망신’ ‘개구멍’ ‘개자식’ 같은 ‘개’자가 접두어로 들어가는 비속어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도 견공천하(犬公天下)를 방불한다. 도시의 전반에 애견문화가 성행하면서 사람이 먼저인지 개가 먼저인지 헷갈리는 장면들이 빈발한다. 웬만한 고급주택에서 호의호식하는 견공들의 일상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능가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동물병원에 이어 우후죽순 생겨나는 펫마트가 ‘개팔자 상팔자’의 애완견 상전시대를 웅변한다. ‘오뉴월 개팔자’라는 소박한 속담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실제 언어 생활에서도 ‘개좋아’ ‘개똑똑’ ‘개이뻐’처럼 ‘개’자가 초긍정의 접두사로 등장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용되고 있다. 최근 경남의 중소도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 내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일주일간 입원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피해 변상은 오히려 물린 작은 개 주인의 몫이 되고 말았다. 작은 개가 목줄을 하지 않고 있었던 탓이었다. 더 큰 낭패는 큰 개 주인이 깜짝 놀라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작은 개 주인을 고발한 데 이어 배상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 적반하장을 두고 사람들은 그야말로 ‘개 같은 경우’라고 쑥덕거렸다고 한다. 누가 이런 ‘개판’을 만들고 있는가. 시절이 하수상하니 별일이 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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