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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②] “김순옥이니까 괜찮아”…‘순옥적 허용’

[아투★포커스②] “김순옥이니까 괜찮아”…‘순옥적 허용’

기사승인 2021. 01. 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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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가 ‘아내의 유혹’(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과 ‘펜트하우스’ ‘왔다 장보리’ 등으로 ‘순옥적 허용’이라는 말을 얻었다./제공=SBS, MBC
최근 네티즌 사이에선 ‘순옥적 허용’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순옥적 허용’이란 말도 안 되는 전개나 소재도 김순옥 작가에게만은 관대하게 허용되는 세계관을 일컫는다. 최근 SBS ‘펜트하우스’를 비롯해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언니가 살아있다’ ‘황후의 품격’ 등 김 작가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순옥적 허용’을 추렸다.

◆죽었다 살아나도 괜찮아

김 작가를 알린 대표작 ‘아내의 유혹’(2008)은 죽은 줄만 알았던 주인공 구은재(장서희)가 점을 하나 찍고 다시 민소희라는 이름으로 살아돌아와 복수를 펼친다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언니는 살아있다’(2017)에서는 사군자(김수미)가 쓰러져 죽음을 맞이해 장례식까지 치뤘지만 다시 살아 돌아왔다. 비키정(전수경)도 양달희(다솜)에 의해 살해당하지만 멀쩡히 돌아왔다.

이밖에 ‘내 딸, 금사월’(2015~2016)의 주오월(송하윤)은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 그려졌지만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나타나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황후의 품격’(2018~2019) 속 민유라(이엘리야)도 불타는 차 안에 갇히기도, 벽돌에 맞아 쓰러지기도 했지만 목숨을 잃진 않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죽었다 살아난다’는 세계관이야말로 김 작가의 대표적인 세계관이다. 이러한 설정이 들어가려면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김 작가 작품에선 개연성이 없어도 시청자가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흥미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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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펜트하우스’는 각종 막장 전개로 방통위의 주의 조치를 받았다./제공=SBS 방송화면
◆막장 요소도 괜찮아

김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권선징악에 대해 이야기 한다. 복수를 통해 선을 되찾으려는 인물들의 고군분투가 담긴다. 하지만 복수 과정 안에서는 별의별 막장 요소가 등장한다.

일례로 ‘황후의 품격’에서는 임산부 성폭행과 동물 학대 등 다소 가학적인 내용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펜트하우스’도 마찬가지. 각종 협박과 치정, 폭력, 살인 등 이전의 작품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건 중학생들의 적나라한 학교 폭력 장면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방심위는 법정 제재인 주의 조치와 함께 시청 등급 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과 별개로 반응은 대개 뜨거운 편이다. ‘황후의 품격’은 최고 17.9%(닐슨코리아·전국 기준·이하 동일), ‘펜트하우스’ 시즌1은 최고 28.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센 수위의 ‘막장’이 나올수록 시청자들은 다음 회를 궁금해하며 열광한 셈이다.

막장 부모의 등장도 공통점이다. ‘왔다 장보리’의 도혜옥(황영희), ‘내 딸 금사월’의 임시로(최대철), ‘언니는 살아있다’의 구필모(손창민), ‘황후의 품격’의 태후 강씨(신은경), ‘펜트하우스’의 주단태(엄기준), 천서진(유진) 등이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수위가 센 전개일수록 논란도 크지만 화제성도 함께 커진다. 김 작가의 필력은 이러한 막장 요소와 만났을 때 시너지가 일어나는 편”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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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아내의 유혹’(위) 마지막 장면은 아직까지 패러디 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왔다 장보리’ 최고의 악역 연민정(아래 왼쪽)은 모두에게 용서를 받은 해피 엔딩을 맞았다./제공=SBS, MBC
◆갑작스러운 해피엔딩도 괜찮아

작품 대부분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것도 비슷하다. 악행을 저질렀던 인물은 갑자기 착해지거나 기억을 잃는 등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아내의 유혹’이 대표적이다. 복수를 위해 달려온 구은재는 함께 죽음을 택한 정교빈(변우민)과 신애리(김서형)를 평화롭게 떠나보내 준다. 이때 하늘에 삽입된 변우민과 김서형의 CG(컴퓨터 그래픽) 장면은 각종 패러디가 쏟아질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고의 악역으로 꼽히는 연민정(이유리)이 모두에게 용서를 받는 ‘왔다! 장보리’도 비슷하다. 연민정의 악행을 돕던 친모 도혜옥은 기억을 잃고 장보리(오연서)에게 했던 그대로 연민정을 구박한다. 독했던 연민정은 어느덧 순해져 도혜옥을 모두 받아준다.

하지만 ‘펜트하우스’ 시즌1의 결말은 김 작가의 기존 작품과 결이 달랐다. 누군 죽고 누군 살아 혹은 살더라도 개과천선하는 등 화끈한 권선징악으로 끝나야 하는데, 답답했다는 평이 많았다.

이렇게 끝난 이유를 두고 김 작가가 시즌2의 초석을 깔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목숨을 잃은 심수련(이지아)의 부활과 주단태(엄기준) 등에 대한 응징이 시즌2와 시즌3에서 차례로 이뤄지기 위한 마지막이자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김 작가는 마지막 직전까지 갈등을 최고조로 심화시켜 해피엔딩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펜트하우스’의 마지막 시즌에서도 이러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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