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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구속 최악의 위기…“5년, 10년 후 더 걱정”

삼성, 이재용 구속 최악의 위기…“5년, 10년 후 더 걱정”

기사승인 2021. 01.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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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징역 2년6개월 법정구속
2018년 2월 석방 후 1078일 만 재수감
삼성, 총수 부재 악몽 떠올리며 충격
"위축된 투자, 장기적으로 부메랑 될 가능성"
법정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YONHAP NO-423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17일 처음 구속됐다. 이후 2018년 2월 5일 353일 만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이날 선고로 1078일 만에 재수감하게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89억원을 뇌물로 인정하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정유라의 말 구입비 등 50억여원도 뇌물로 봐야 한다며 2019년 8월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날 결국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의 재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삼성은 2017년 총수 부재 악몽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회사의 굵직한 투자와 사업 방향을 책임질 총수의 부재가 삼성전자의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했다. 하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에 한참 뒤쳐져 따라잡기에 힘에 부친다. 팹리스 시장에서도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일본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 밀려 목표 달성이 녹록치 않다.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포함한 국내외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도 한동안 중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우리가 한순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언급한 배경에도 세계 반도체 산업의 먹고 먹히는 냉혹한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5년 뒤, 10년 뒤 삼성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긴 안목으로 대규모 투자를 발 빠르게 결정해야하는 반도체,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등의 사업들이 전문 경영인의 지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현재 TSMC가 삼성전자의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3배를 넘어서며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 역시 2017년 이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가 지연된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다음으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이렇다 할 신사업을 아직 발굴하지 못한 점도 삼성의 위기를 더하는 부분이라는 평가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5년 후 10년 후 계획을 결정할 수 없는 총수 부재 상황은 삼성의 암흑기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변론을 맡은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재상고 여부에 관련해서는 “판결을 검토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삼성그룹 주가는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간 전날보다 3.41% 하락했고 삼성SDI와 삼성생명도 각각 4.21%, 4.96%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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