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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CES 빛낸 한국기업들과 연구평가시스템 혁신

[칼럼] CES 빛낸 한국기업들과 연구평가시스템 혁신

기사승인 2021. 01. 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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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와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의미<13>
전상길 한양대 에리카 경영학부 교수
전상길 한양대 에리카 경영학부 교수
지난 14일(현지시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계 최대의 가전 및 정보기술 전시회인 2021 CES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참여기업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국은 345개 기업이 참가하여 567개 기업이 참가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특히 97개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가하여 한국이 더 이상 ‘삼성, LG 그리고 현대기아차로만 대변되는 국가’가 아님을 과시했다.

올해 CES를 보면서 두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첫째는 ‘집에 대한 개념이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집콕’이 대세가 되면서 집안에서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했던 서빙, 청소, 건강관리 분야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와 결합한 가전, 로봇 그리고 자율주행 분야의 최첨단기술들을 통해 구현됐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첨단사물인식 기술과 5G기술을 이용하여 자율청소는 물론 집밖에서도 애완견을 영상으로 확인 가능한 ‘제트봇’과 사람처럼 와인을 따르거나 꽃병에 꽃을 꽂는 정교한 한팔 로봇 ‘핸디’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고 자외선 방역 작업을 하는 ‘클로이 살균봇’과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셰프봇’ 등을 공개했다. 이들 기술들은 집은 그저 잠이나 자는 전통적인 집의 개념을 뒤바꾸고 있다. 또 자동차를 아예 ‘집’으로 재정의한 일본의 첨단제품도 주목할 만하다. 자동차 안에서 카메라, 음성인식,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차 안에서 영화와 음악을 즐기거나 좌석위치를 원하는 대로 바꾸어 오락이나 휴식 심지어 정치집회도 가능한 ‘스파이더 플랫폼’(파나소닉)이 그것이다.

둘째는 CES에서 드러난 화려한 첨단기술 이면의 ‘지식창출과정’에 주목했다. 일본의 대표적 지식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이를 사회화, 외부화, 조합화, 내부화 등 4가지로 나누고 있다. ‘사회화’는 서로 다른 사람들 머릿속 아이디어를 대화를 통해 드러내 새로운 암묵지를 만들어낸다. ‘외부화’는 만들어진 자기만의 암묵지를 팀원들에게 노출해서 피드백을 받으며 새로운 형식지로 만들어간다. ‘조합화’는 팀들의 형식지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형식지로 만들어가며, ‘내부화’는 조합화에 의해 만들어진 형식지를 자기만의 암묵지로 체화시킨다.

CES에서 혁신을 선보인 기업과 달리 그런 혁신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그 연구소 조직이 특히 ‘외부화’에 의한 ‘지식창출’에 서툴다. 내부경쟁이 너무 지나쳐서 내가 아는 노하우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나에게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 팀의 혁신성과가 떨어지는 ‘경쟁의 역설’이 나타난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나에게는 별 필요가 없지만 팀 내 경쟁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장애물을 제거하려면 평가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평가의 내용’은 물론 ‘평가의 수준’과 ‘평가의 방식’을 바꿔야한다. 연구원 개인별 평가뿐만 아니라 연구팀별 평가가 필요하고 팀별 평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팀간 협력을 위해 연구소 전체 평가도 필요하다. 이런 평가의 혁신은 다른 연구원이 성과를 내도록 자발적으로 돕는 ‘이타주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런 문화 속에서 첨단기술이 싹튼다. 한 사람의 손과 머리로는 재래식 기술의 개선에 그치지만, ‘마음’이 통하는 협력 속에서는 예술적 ‘첨단기술’이 탄생한다.

절대평가 체계의 조속한 도입도 필요하다. 상대평가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유발하고 패배자를 양산한다. 절대평가로 다수의 승리자를 배출해야한다. 2021년 CES에서 한국기업이 선전한 이면에는 잘 정착된 연구평가 시스템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하면서, 이런 평가문화의 변화로 더 많은 한국기업들이 내년 CES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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