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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수원 사장 1년 연임…발전4사는 친文 대거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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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1. 02. 17. 06:00

에너지 공기업 새 수장 윤곽
정 사장, 주총서 연임확정 예정
'탈원전 적임자' 내부서도 환영
중부발전 제외 4개 발전 공기업
與·산업부·한전 출신 중용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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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탈(脫)원전 논란 속 1년 더 연임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오는 4월 4일 임기(3년)가 끝나는 정 사장은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최적의 적임자로 꼽힌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의 후임 사장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중부발전을 제외한 네 곳은 신임 사장으로 ‘친문(친 문재인)’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며 새 수장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16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올 초 사장 임기 만료를 앞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이 신임 사장 공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한수원은 정재훈 사장이 연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5대 발전사 신임 사장에는 여당 출신 관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 출신 인사들이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이달 초 한수원에 정재훈 사장의 연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수원 최고경영자의 첫 임기는 3년이지만 이후 연임은 1년 단위로 결정된다. 관련 절차는 아직 남았으나 한수원은 정 사장 연임에 무게가 실리자, 신임 사장 인선 준비 절차인 임원추천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 정 사장이 연임할 경우엔 임추위를 구성하지 않고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일찌감치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봐왔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검찰 수사와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 연장 등 원전 관련 문제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정 사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수원 내부에서도 정 사장의 연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정 사장은 과거 산업부에서 에너지자원 실장을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로, 한수원 내부에서도 이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남부발전은 이승우 전 국가기술표준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번 인선을 위해 전날 국가기술표준원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가 이번에 남부발전 사장에 임명되면 회사 설립 이래 첫 산업부 출신이 사령탑에 오르는 것이다. 이 원장은 27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지식경제부 부품소재총괄과장과 국제기구대표부 공사참사관, 국표원 제품안전정책국장,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을 지낸 뒤 2018년부터 국표원장직을 맡아왔다. 다만 남부발전 내부에서는 유력 후보자인 이 원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부발전 노조 관계자는 “탈석탄 정책 등으로 경영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선 에너지 관련 전문가가 사장으로 취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동서발전 신임 사장은 검사 출신인 김영문 더불어민주당 울산 울주군 지역위원장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인 김 위원장은 34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법무부와 서울지검 생활을 거쳐 법무법인 지평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다가 문재인 정부 첫 관세청장을 맡았다. 지난해 열린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울주군 후보로 출마한 이력도 있다.

남동발전 신임 사장에는 김회천 전 한전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사장은 한전에서 관리본부장과 기획처장, 미래전략처장, 예산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경영지원부사장을 역임해온 그는 지난해 9월 퇴임했다. 현직인 유향열 남동발전 사장 역시 한전 출신이다.

서부발전도 남동발전과 비슷하게 한전 출신 사장 선임이 유력하다. 후보자는 박형덕 전 한전 부사장이다. 지난 1985년 한전에 입사한 박 전 부사장은 한전 서인천지점장과 기획처 경영평가팀장, 홍보실장, 경기지역본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 전 부사장 임기는 오는 9월 13일 종료되지만 서부발전 사장 공모에 지원하면서 최근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서부발전 노조 관계자는 “최근 회사 경영이 위기 상황인 만큼 기왕이면 업무 파악을 빨리 할 수 있는 내부 출신 인사가 됐으면 좋겠지만, 박 후보자도 능력이 출중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중부발전 신임 사장은 회사 내부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른다. 한전, 산업부 등 외부 출신은 이번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정창길 전 사장과 박형구 현 사장에 이어 또다시 내부 출신이 사장에 오르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기획본부장, 기술안전본부장이 이번 신임 사장 채용에 지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맥이 아닌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발전 공기업의 수장을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진 경성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사장이 되면 경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최소한 에너지랑 발전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사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현 정권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발전 공기업들의 타격이 컸다”며 “새로운 수장은 경영예측이 가능한 사람이 올라야 한다. 아무나 공기업 수장이 되면 결국 우리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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