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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구광모의 ‘실용주의 경영’…그룹 시총 74조 늘었다

[마켓파워] 구광모의 ‘실용주의 경영’…그룹 시총 74조 늘었다

기사승인 2021. 0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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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반만에 91조→165조 급증
LCD 등 비핵심사업 매각 자산정리
모바일 정리·5월 계열분리 앞두고
주요 계열사 주가·실적 '고공행진'
마그나 합작·ZKW 인수 외형확장
사업재편 지속해 미래 경쟁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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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자·화학·통신서비스에 집중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면서다. 시장은 이런 ‘선택과 집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은 구 회장이 취임한 지 2년 7개월 만에 74조원가량 늘었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LG화학과 LG전자 등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그룹 시총 상승을 주도했다. LG화학은 2차전지에 주력하고 LCD 등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한 2018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3배 가까이 급등했다. 모바일 사업부 매각 추진 등 사업 재편을 진행하는 LG전자 주가도 2년 새 100%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LG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으로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늘어난 현금으로 추가 인수합병 등을 통한 외형 확장을 기대할만 하다고 평가한다. AI·전장부품·디지털기술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아울러 오는 5월 LG상사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계열분리까지 마치면 구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화돼 성장 관련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숨겨져있던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는 LG CNS 등도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키워 내부 잡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성장성 높은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투자를 늘리면 리스크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그룹 시가총액은 2018년 6월 29일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 74조원이 늘어나 165조1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만 해도 LG전자의 MC사업부문을 두고 러시아 국부펀드와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에 LG전자는 4.55%오른 17만2500원으로, LG(주)도 1.80%오른 11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구 회장 취임 후 그룹 계열사 중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배터리 부문 사업에서 흑자가 나면서 2년 반 새 주가가 193%(64만45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LG전자(108%), LG(55%), LG이노텍(46%)도 꾸준히 주가가 상승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 강세는 구 회장의 사업구조 재편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실용주의’에 기반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계열사들도 미래 먹거리에 투자를 늘리고, 비효율적인 사업은 정리한 곳들이다.

최근에는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인 모바일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여러 글로벌 펀드 및 기업들과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매각을 하지 않더라도 사업 자체를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 외에도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LG가 보유했던 LG CNS 지분과 서브원 지분을 매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1조9000억원의 현금을 취득했다. 또 지난해에는 LG화학의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고, LG디스플레이도 국내 TV용 LCD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발 저가 LCD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판단에서 서둘러 철수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LG전자의 수처리 자회사,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 등 그룹의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과감히 매각했다.

사업 정리와 함께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속도를 냈다. 2019년 LG전자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로보스타를 인수했고, LG유플러스는 옛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LG전자는 이외에도 전장부품 사업 강화를 위해 LG전자를 통해 차량 부품업체 ZKW를 인수하고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외형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MMA 등을 인적분할하는 계열분리까지 마치면 구 회장 체제가 확고해지면서, 성장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계열분리로 LG그룹 시가총액은 약 6조원 줄고, 자산은 2조5000억원, 연간 순이익은 522억원 가량 감소하겠지만 지주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도리어 그룹사에 포함돼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계열사들이 신설지주에서 성장하면서, 향후 LG그룹과의 시너지가 더 커질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계열분리 공시 이후 LG그룹은 마그나 합작법인 신설, MC 사업부 매각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단행하면서 방향이나 속도 측면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가트렌드 관점에서 ESG, 바이오, 디지털헬스케어 중점으로 투자대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 보유 현금을 활용한 M&A가 중요한 현안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감한 사업 정리는 직원들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LG전자 MC사업부만 하더라도 이날 사업 철수에 따른 위로금을 차등지급한다는 공지에 직원들 불만이 제기됐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 또한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인수한 헬로비전의 경우에도 LG계열사로 편입한 후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영업이익 감소 및 당기순손실을 거두면서 주가도 반토막 났다.

LG그룹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는 지속할 계획으로, 큰 틀에서 경쟁력 있는 주력 사업에 더해 딥테크나 전장부품, 배터리, AI, 바이오 헬스케어 등을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현금 보유고도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성장 기회를 발굴하면서 관심 부문 투자 인수합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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