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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산재 청문회서 두들겨 맞은 CEO들... “죄송”

사상 첫 산재 청문회서 두들겨 맞은 CEO들... “죄송”

기사승인 2021. 02. 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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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회장 "생각 짧았다"... 노후 시설 투자 약속
이재갑 "포스코, 작업장 위험요인 잘 몰라"
한영석 대표 “산재, 불안전한 작업자 행동 때문”
환노위
우무현(왼쪽부터) GS건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병화 기자
여야가 건설현장 안전사고 문제가 대두된 국내 대형 건설사를 향해 민심의 회초리를 들었다. 산업재해 책임자 처벌 규정을 강화한 상황에서도 산재가 줄지 않자 기업 총수 압박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 우무현 GS건설 사장, 이원우 현대건설 부사장 등 건설업계 최고경영자를 불러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출석 대상자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다. 국정감사를 빼고 대기업 대표가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여야 포스코 잇단 산재에 “얼마나 괴롭겠느냐”, “사과부터 하라” 호통

최 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첫 질의자로 나선 야당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회장님, 허리는 좀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은 뒤 “염좌상은 주로 보험사기꾼이 제출하는 것이다. 허리가 아파도 그렇게 힘든데,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노동자가) 얼마나 괴롭겠느냐”고 질타했다.

앞서 최 회장은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의사를 밝혔지만 환노위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아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다.

국민의힘 야당 간사로 청문회 개최를 주도한 임의자 의원은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가도 아프다고 아우성치는데 사망한 노동자들 보면 목이 메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이들에게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이에 최 회장은 “제 생각이 짧아 죄송하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겠다”며 노후 시설에 대한 투자와 협력사 직원 교육 강화 등을 거듭 약속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포스코 노동자와 국민의 분노를 보면 회장님의 지난 3년은 실패한 3년이라고 평가할 것 같다”고 비판했고, 최 회장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포스코 산재 사고에 대해 “광양제철소의 특별관리감독을 살펴보면 하청업체가 굉장히 많은데 관리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 장관은 “위험성 평가를 적절히 하지 못해 근로자들이 작업장 위험 요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느꼈다”고 진단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산재, 불안전한 작업자 행동 때문”… 쿠팡 네이든 대표 “재발방지 최선”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는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를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듯한 답변을 내놓아 한 때 거센 논란이 일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같은당 이수진 의원은 “작업자들이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는 식의 말씀을 하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서 피해 가지 못하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성토가 이어지자 한 대표는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작업 표준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외국인인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에게는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뒤 숨진 고(故) 장덕준 씨와 관련한 질의가 쏟아졌다.

지난해 10월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 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물류센터에서 야간 분류노동과 택배포장 지원 업무 등 격무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든 대표는 동시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저 역시 고인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인의 부모님께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느끼셨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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