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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숨졌지만…산재 적용 못받는 특고 노동자

직장내 괴롭힘 숨졌지만…산재 적용 못받는 특고 노동자

기사승인 2021. 02.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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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캐디 사망으로 재조명
사업주 산재 적용제외 제도 악용
캐디는 3만1840명 중 9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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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 선수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연합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한 골프장 캐디(경기보조원)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특수고용노동자(특고)의 산업재해보험 적용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제도가 ‘산재포기각서’로 악용되면서 특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 A씨는 상사 B씨의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에 시달렸다. 견디다 못한 A씨가 항의하자 사실상 해고를 당했고 결국 27살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가해자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따라 징계할 수 없었고, 산재 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었다. 특고 노동자인 캐디도 올해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의무화될 예정이지만 골프장 측이 산재적용제외 신청서를 일괄 제출받아 법 적용을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현행법 상 산재 적용을 원하지 않는 특고 노동자는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는 산재보험료 납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다보니 산재 제외 요청이 특고 노동자의 의사가 아닌 사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에서 5년 넘게 캐디로 일하다 퇴사한 B씨는 24일 “산재 제외 신청을 거부하니까 사업주가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사실상 압박을 했고, 개인적으로 가입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B씨는 “산재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면 월급이 더 많아진다 식으로 근로자들을 회유하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캐디를 비롯해 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특고 노동자 6명 중 5명은 산재 적용 제외 신청으로 인해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캐디의 경우 3만1840명 중 3만342명(95.3%)이 산재 적용 제외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특정 업종의 제외 신청 쏠림의 배경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을)은 “노동자 의지보다 사업자 강요에 의해 산재 적용 제외 신청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확인되고 있다”며 “신청 사유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함께 산재 적용률을 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의 적용 범위도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A씨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면서도 캐디가 특고 노동자여서 관련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이에 대해 “관련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해 고용부 신고를 확대해야 한다”며 “여야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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