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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시대에도 그룹 공급망 ‘허브’… ‘키맨’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

미래차시대에도 그룹 공급망 ‘허브’… ‘키맨’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

기사승인 2021. 0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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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새판짜는 정의선④]
미래車 시대 맞춘 체질개선 분주
'로봇 제조·수출입' 신사업 추진
물류다각화 등 8000억 투자 예고
공정경제3법 연말 시행 앞두고
일감 몰아주기 해소 '발등의 불'
현대글로비스 실적
미래차 새판짜는 정의선00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고민이 많다. 8000억원을 쏟아부어 그룹 청사진에 맞춘 핵심 공급망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조직 체질을 바꿔 놓을 신사업을 벌여야 해서다. 이미 김 사장은 현대글로비스를 전기차 배터리 대여사업의 메인 플레이어인 동시에 수소 유통과 공급을 책임 질 대표기업으로 올려놨다.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로봇 사업 가능성까지 열어 놓는 등 신사업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원년을 선언한 그룹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김 사장이 연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미션은 정의선 회장이 정통 현대차맨이라 할 수 있는 김 사장을 그룹 물류·운송의 ‘허브’이자, 지배구조 재편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수장으로 기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25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회사는 다음달 24일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의 ‘신규사업 진행을 위한 사업목적’에 ‘기체 연료 및 관련제품 도매업’, ‘운송장비용 가스 충전업’, ‘로봇의 제조·수출입 및 관련 서비스업’, ‘소프트웨어의 자문·개발·공급 등 서비스업’을 추가한다.

그동안 회사는 현대차·기아가 만들어 내는 자동차를 다른 대륙으로 실어 나르거나, 해외공장에 필요한 부품을 주문 받아 유통·공급하는 업무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 새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을 본격화 할 수 있게 김 사장이 문을 연 셈이다.

1960년 부산 출생 김 사장은 영남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2007년 현대기아차 통합부품개발실장부터 구매관리사업부장·통합구매사업부장, 2011년 현대기아차 구매본부장 부사장을 겪은 그야말로 부품 전문가다. 현대글로비스의 전체 매출 중 약 59%는 해외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발주 받아 공급하는 CKD(반조립부품사업)에서 발생한다. 부품 사정을 잘 아는 김 사장이 현대글로비스를 이끄는 데 적임인 이유 중 하나다.

2018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합병으로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지던 긴박했던 그 해, 김 사장은 현대글로비스 지휘봉을 잡았다. 하반기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며 합병은 무산됐지만 미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사업으로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 재편을 유리하게 돕는 게 김 사장 역할 중 하나다.

김 사장이 신사업으로 가장 주목하는 영역은 전기차 배터리 렌탈·수소 유통·로봇사업이다. 모두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진 빨라도 3~5년 이상 걸리는 중장기 사업이지만, 실현 되면 거대한 에너지 유통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 뿐 아니라 그룹내 강한 주도권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평가다. 하나같이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을만한 유망사업이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대표적으로 현대글로비스는 LG화학·현대차와 전기차 배터리 리스 및 교환사업에 진출한다. 이제 막 실증에 들어간 이 사업은 반값 전기차 시대를 열기 위한 범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수소 운송과 수소 기반 모빌리티 확산에도 현대글로비스가 핵심이다. 이미 에너지업계와 수소 공급망 최적화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고 물류업체들과 ‘수소 물류 얼라이언스’ 등으로 끈끈한 동맹도 맺은 상태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약 1조원 규모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로봇사업으로 얻은 AI기술은 그룹 전반에 입혀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향후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중고차사업 진출이나, HMM 인수를 통한 해운사업 확대 역시 일각에선 기대감이 나온다. 회사의 규모를 단기간 크게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시너지도 더할 수 있는 그림이다.

김 사장은 올해 8000억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선박에 대한 투자가 3000억원, 국내에는 신규사업 및 IT 인프라, 사옥 이전에 1500억원, 기존사업 유지보수에 500억원이 쓰인다. 또 해외 물류인프라와 거점확보에 1000억원이 소요된다. 나머지 2000억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창출에 쓰인다. 그 중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사들이는데 1000억원이 쓰였고 나머지 1000억원을 어디에 쏟아부을 지가 관심사다. 주요 계열사가 다 달려들어 범그룹차원의 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사장이 서둘러 신사업 드라이브에 나서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이 연말부터 시행될 예정에 있어서다. 현대글로비스는 연말까지 30% 수준의 오너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추지 않으면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되는데 업의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막대한 과징금 리스크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신사업을 크게 벌여 내부거래비중을 희석시키거나,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또는 정 회장 지분이 많은 현대오토에버 등과 합병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그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내 그룹 재편까지 이뤄내야 하는 그림이다.

다만 현대글로비스의 신사업 역시 현대차 실적에 연동 돼 있고, 때문에 그룹 재편의 키포인트인 주가 역시 이와 맞물려 움직인다는 건 한계로 지적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글로비스의 역할이 초기엔 단순히 현대차·기아의 물류 운송에 그쳤지만 이제 미래차 모빌리티 관련 비즈니스가 워낙 다양해지고 있어 생태계 구축에 물류 경험과 인적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의선 회장이 미래차 사업을 끌어가는 동시에 지배구조 재편까지 챙겨야하는 현실에서 키를 쥐고 있는 글로비스 수장의 책임은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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