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택배 상·하차 외국인 허용에 노동자들 반발…“근로 환경 개선이 우선”

택배 상·하차 외국인 허용에 노동자들 반발…“근로 환경 개선이 우선”

기사승인 2021. 03. 17. 15:5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ㅁ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로젠택배 김천터미널 소속 택배노동자가 전날 숨진 것과 관련, 로젠택배의 사회적 합의 이행 동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정부가 택배 현장에 이주 노동자들의 투입을 허용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택배 상·하차 업무의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이주노동자를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근로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개정안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주노동자가 이른바 택배 상·하차로 불리는 택배터미널 하역·적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5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외국인이 과일·채소류 등 도매업과 식육 운송업, 택배 상·하차 업무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 허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H-2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이 300명 미만의 제조업과 축산업, 어업 등 시행령에 적시된 39개 업종에 한해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 소식을 접한 노동계는 정부의 조치에 반발했다. 노동조건 개선 등 구조적 문제를 뒷전에 두고 외국인 노동자 인력을 투입하는 조치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근무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17일 “(정부가 이주노동자 투입을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근로 강도는 낮아질 수 있어도 노동 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받는 임금은 줄어들뿐더러 국내 노동자 일자리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도 “상·하차 업무 근로자분들도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은 죽어도 되는가”라며 “한국 정부가 굉장히 부끄러운 짓을 나서서 하는 것이다. 구조적인 환경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근무 여건 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인력이 없어 인력난을 겪는 게 아니라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임금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점에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과로사로 근로자가 죽어나가고 임금이 적어 국내 노동자가 상·하차 업무를 꺼려하는 것”이라며 “근무 환경을 개선한다면 인력난은 해결된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