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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미술품 물납제 도입 앞서 ‘투명 감정’ 선행돼야

[기자의눈]미술품 물납제 도입 앞서 ‘투명 감정’ 선행돼야

기사승인 2021. 04. 0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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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전혜원 문화스포츠부 차장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이중섭의 ‘황소’, 모네의 ‘수련’,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 회화…. 이른바 ‘이건희 콜렉션’에 포함된 작품들이다. 이건희 미술품은 그 수가 1만2000여 점, 감정가는 2조~3조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삼성가 상속세 납부와 맞물려 미술계에서는 ‘문화재·미술품 물납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 및 재산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기부자는 세제 혜택을 얻고 국가는 귀한 작품을 확보할 수 있다. 미술품 물납이 가능하도록 한 상속세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지만 다음 달 말까지 상속세를 신고해야 하는 삼성가는 시점 상 통과되더라도 적용받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물납제 논의가 활발한 이유는 이를 통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미술 자산의 해외 반출을 막고 공익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주요 미술품을 전시해 국민 문화 향유권을 증대시키고 해외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 국내 미술시장 규모를 키우고 시장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 더더구나 우리나라 국보·보물을 포함한 전체 국가지정문화재 4900여 건의 절반 이상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납제 도입은 시급해 보인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물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 피카소 미술관이 좋은 사례다. 피카소 사망 후 유족이 정부에 작품 200여점으로 상속세를 대납하고, 정부는 파리의 한 저택을 미술관으로 개조해 이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세계적 관광 명소를 만들었다.

하지만 물납제 도입보다 우선시 돼야 할 것은 엄정하고 객관적인 감정평가기관 마련이다. 권위 있는 감정기관의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미술품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가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으려면 전문 감정인력 양성과 더불어 연간 물납 허용 한도 설정 등 부작용을 예방할 다양한 방안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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