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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아웃사이더 차량용 반도체, TSMC가 70% 만드는 이유

[취재뒷담화] 아웃사이더 차량용 반도체, TSMC가 70% 만드는 이유

기사승인 2021. 04. 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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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국부' 모리스창 전 회장의 걱정
완구용 저가칩 만들법한 낡은 라인 고쳐 차량용 반도체 생산
박지은 산업부 성장기업팀 기자
박지은 산업부 산업1팀 기자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라인이 줄줄이 멈춰서고 있는 요즘.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70%를 생산하는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2위인 삼성전자를 30%P 이상 따돌릴 만큼 독보적인 1위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상당수를 생산하는건 어찌보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첨단 반도체보다 수익이 떨어지는 차량용 반도체를 TSMC가 이렇게까지 많이 만드는 이유를 궁금해 합니다. TSMC는 왜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의 70%를 생산하게 됐을까요?

TSMC가 생산하는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대표적인 품목은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입니다. 차량 창문을 열고 닫거나 에어컨을 조절하고, 파워스티어링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동차의 각 기능을 제어하는 반도체입니다. 고가의 차량일수록 MCU 탑재가 늘어 100여개 이상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TSMC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최초로 만든 회사로 2010년에도 파운드리 업계 1위였다고 합니다.

당시 경영에 복귀한 모리스창 TSMC 회장은 첨단 공정에만 투자하는 상황을 크게 걱정했다고 합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은 고객사가 원하는 반도체를 적시에 생산해 공급하는 것인데, 모든 고객이 첨단 반도체만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모리스창 회장은 경영진 회의에서 “TSMC가 무어의 정률을 초월하는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 원래 강한 로직IC 파운드리 외에 파워 IC, 미세전자제어기술, 아날로그IC 등에 속한 7개 분야 제품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TSMC에는 당시 제조공정이 성숙한 6인치 팹이 있었습니다. 당시 6인치 팹이 전체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였지만, 가동률은 절반에 못미쳤습니다. 낡은 구형 공장이 절반만 가동된 채 쉬고 있는 겁니다. 6인치, 8인치, 12인치는 반도체를 만드는 원형 웨이퍼의 직경을 의미하는데, 웨이퍼 크기가 커질 수록 최신 팹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TSMC는 이 낡은 6인치 팹을 개조해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각국 교통안전당국과 완성차 업체들의 까다로운 인증도 통과했습니다. 현재 TSMC와 거래하는 미국, 독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 해당됩니다.

대만 경제지 상업주간은 “TSMC는 오래전부터 차량용 전자부품 시장을 위한 포석을 만들어놓았기에 이런 낡은 공장들의 부가가치 제고에 일조할 수 있었다”며 “대만의 한 증권사는 TSMC가 저가의 완구용 칩만 만들법한 공장에서 1000 타이완달러(한화 약 3만2000원)가 넘는 차량 제어용 칩이나 타이어 압력 제어기를 생산하면서 이 팹들의 가치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기술했습니다.

사실 차량용 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아웃사이더입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되지 않죠. 모리스창 회장이 6인치 팹 개조를 결정한 2010년대에는 더 작은 시장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3만원짜리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4000만원짜리 자동차를 만들지 못합니다. 우리 정부뿐 아니라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강국들까지 대만에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1명의 경영자가 국가의 위상을 얼마나 높힐 수 있는지 TSMC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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