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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SK이노, 합의금 2조원 출혈 정말 괜찮나

[취재뒷담화] SK이노, 합의금 2조원 출혈 정말 괜찮나

기사승인 2021. 04. 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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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초롱
산업부 임초롱 기자
2년여 넘게 국내외에서 배터리 특허·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을 진행해온 LG와 SK가 극적으로 합의한 합의금은 2조원입니다. SK는 1조원을 현금으로, 나머지 1조원은 10년에 걸쳐 로열티 명목으로 LG에 납부하기로 했습니다. 곳간에서 2조원이 나가야 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은 과연 괜찮은 게 맞을까요.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3059억원에 불과합니다. 이를 포함해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1조6978억원입니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현금자산이 2조9407억원, 유동자산은 13조2951억원으로 불어나긴 하지만, 이는 다른 계열사들이 연결된 수치라 SK이노베이션이 직접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좀더 있습니다.

그나마 다음달 증시에 상장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덕분에 우선 ‘조 단위’ 현금 마련은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SKIET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부문이 분사된 곳으로, 배터리 관련 분리막 기술로는 글로벌 1위로 꼽힙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이 회사 지분 90%를 보유 중인데, 이 중 22.7%에 해당하는 물량을 이번 기업공개(IPO) 때 내놓고 최소 1조원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페루 광구 매각 등으로 총 2조~3조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합의금 2조원이라는 액수 자체는 당초 LG 측이 요구해왔던 합의금이 3조원이었던 데다가 미래가치가 아닌 현재가치 기준인 탓에 SK로써는 ‘잘 합의했다’는 평가가 많았죠. 로열티 1조원을 10년에 걸쳐 납부하는 것을 미래가치 기준으로 환산하면 총 1조8000억원에 합의한 셈이라는 추산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상승률 등으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지요.

또 그동안의 소송으로 LG와 합친 소송비용액만 9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소모적인 기회비용이 무기한 지속 출혈되는 것보다는 저렴한 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여기에다 SK이노베이션이 10년 간 미국 수입금지 제한 조치로 조지아 공장을 포함해 미국 시장 선점 기회조차 박탈될 위기에 처했던 점을 고려하면 조 단위 합의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입니다. 대주주 소송 리스크 때문에 상장심사가 좀더 걸릴 줄 알았던 SKIET의 IPO가 이번 합의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말이죠. 합의를 통해 리스크는 벗고 예정대로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남을 수 있게 된 만큼 한국산 배터리의 세계 시장 선도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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