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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트롯의 부활’ 펴낸 김장실 전 차관 “정신문화 한류 꿈꾼다”

[문화인]‘트롯의 부활’ 펴낸 김장실 전 차관 “정신문화 한류 꿈꾼다”

기사승인 2021. 04. 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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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 옛터'에서 '신사동 그 사람'까지 트롯으로 한국 현대사 분석
"케이팝에 케이트롯 더해지면 한류 영향력 더욱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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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국회의원 최초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해 화제가 됐던 김장실<65·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트롯의 부활: 가요로 쓴 한국 현대사’를 펴냈다.

김 전 차관은 가수 뺨치는 실력을 보유한 트롯 마니아다. “초등학교 때 동요보다 유행가를 더 많이 불렀다”는 그는 집안 농사일을 도우며, 고시 공부를 하면서도 힘들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오락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따라 부르는 게 큰 낙이었습니다. 커서는 공부가 잘 안되거나 하면 두서너 시간씩 산에 올라가 아는 노래를 수십 곡 부르곤 했지요. 직장생활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노래로 풀고 했습니다.”

이렇게 쌓은 노래 실력으로 그는 급기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전석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 가수가 아님에도 120년 전통의 카네기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그런 그가 펴낸 ‘트롯의 부활’은 1920~1980년대 가요계를 석권, 시대를 풍미한 트로트 히트곡들을 역사적 사건의 흐름과 결부시켜 분석한 책이다.

김 전 차관은 “이 책에는 노래를 좋아하게 된 개인사, 당시 대한민국의 역사, 노래의 역사 이 세 가지가 들어가 있다”며 “‘이 노래가 어떻게 해서 히트 했는가’ 하는 이야기에는 당시 정치·경제·사회 상황이 포괄적으로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책에서 1920년대 식민지 시대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픔을 노래한 ‘황성옛터’, 나라를 되찾는 희망은 사라지고 한국인의 만주 진출 붐이 불었던 1930년대의 ‘꽃마차’, 일제 하 기생 등 화류계 여인들의 삶과 사랑·이별을 다룬 ‘홍도야 울지 마라’를 소개한다.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밀린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얼떨결에 광복을 맞았던 1940년대는 해방 조국의 희망을 담은 ‘귀국선’을 선별했다. 6·25전쟁으로 분단의 아픔을 겪은 1950년대는 ‘가거라 삼팔선’과 전쟁 중에 사라져간 수많은 청춘의 아픔을 노래한 ‘봄날은 간다’, 피난살이의 회한과 휴전으로 서울에 귀환하게 된 기대감을 녹인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선정했다. 전쟁 후 대두된 10만 고아들의 어려운 처지를 드러낸 ‘가는 봄 오는 봄’도 수록됐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월남전쟁·중동건설·해외유학 등으로 국제적 이산(離散)에 직면한 한국사회를 반영한 ‘기러기 아빠’, 1970년대 경제근대화로 ‘하면 된다’는 국민적 분위기가 표출된 ‘님과 함께’, 자유를 향한 열망에 빗대어 권위주의 정부가 조성한 경직된 정치사회 체제를 은유적으로 비판한 ‘고래사냥’, 1980년대 이산가족 찾기의 폭발적 반응을 담아낸 ‘잃어버린 30년’ 등 총 18곡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 6.25전쟁, 급격한 산업화, 고통스러운 민주화 과정 등을 견뎌내면서 국민들이 많이 힘들었다. 그런 현실에서 국민들의 숨통을 틔어준 작곡가, 작사가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또한 그는 요즘 트롯의 열풍을 ‘케이트롯’으로 이어나가 한류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트롯이 1970년대 중반 이후 비주류가 되어 30년 넘게 소외 받다가 최근 다시 유행이 돌아왔습니다. 전통적인 양식에서 많이 변화해 건강하게 발전했지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케이팝에 케이트롯까지 더해지면 한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술의전당 사장, 국회의원 등을 거친 문화예술행정 전문가인 김 전 차관은 한류의 나아갈 방향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윤여정 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등 한국 문화는 전 세계를 리드하고 있지요. 한류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면 다음 단계로의 진화가 필요한데,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생활문화 한류가 정착됐으면 합니다. 이어 50~100년 후를 바라본다면 정신문화의 한류를 기대합니다. 한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우수한 ‘한국 정신문화’의 세계화를 이뤄야겠지요.”

◇그는…

1956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영남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하와이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문공부·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문화관광부 예술국장, 종무실장, 제1차관, 예술의전당 사장을 거쳤다.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과 여의도연구소 부원장을 역임했다. 서울사이버대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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