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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투 유머펀치] ‘사법부 하나회’

[칼럼][아투 유머펀치] ‘사법부 하나회’

기사승인 2021. 05. 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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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사자와 친분이 두터운 토끼가 거들먹거리며 산길을 걷다가 호랑이와 마주치고 말았다. 호랑이가 한입에 집어삼키려고 하자 토끼가 눈을 치켜뜨고 반발을 했다. “날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텐데...!” 호랑이가 “너 누굴 믿고 행실이 그리 방자하냐?”며 가소로운 표정을 짓자 토끼가 “따라와 봐. 넌 이제 끝이야”라며 사자에게로 이끌고 갔다. 그런데 사자가 호랑이를 보자마자 줄행랑을 놓는 게 아닌가.

엉겁결에 함께 도망치던 토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사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연신 숨을 헐떡이며 사자가 한 대답은 이랬다. “야 너 그놈 문신 봤지. 조폭을 건드려서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그렇다. 조폭이라면 우선 물리적인 위력과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 그보다 더 조폭이 두려운 이유는 법을 무시하는 패거리성이다. 권력의 비호나 법의 엄호를 받는 조폭이라면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난 2월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깡패’ ‘조폭’ 운운하면서 대립한 적이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가 백신 접종 갖고 협박하면 그게 깡패지 의사인가”라고 하자 최대집 당시 의협 회장이 “국회의원이 입법권 갖고 보복성 면허강탈법 만들면 그게 조폭, 날강도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서로가 상대 집단을 ‘조폭’으로 몰아붙인 설전이었다.

이익집단이나 압력단체가 자신들의 공동이익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국가 법 질서나 국민 정서가 용납하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하물며 국가 공조직에 특정 이익을 도모하거나 이념적 편향성을 띤 비밀 사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과거 군(軍) 사조직 ‘하나회’의 반민주적 폐해를 기억하고 있다.

현직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연구회 모임 소속 판사들이 법원 요직과 법관회의를 지배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는 국민의 우려가 크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사법부 하나회’라 규정하며 법원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결된다. 호랑이의 문신을 보고 사자가 꼬리를 내린다면 견제와 균형의 와해로 산중 질서와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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