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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미 결행한 이들도 많다. 지난 3개월 동안 BNO(영국해외시민)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들의 이민 비자 신청이 5만여 건을 돌파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민을 갈 의향을 가진 이들의 BNO 발행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30만 건을 훌쩍 넘어섰으나 올해 들어서도 매달 2∼3만 건씩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민에 나설 홍콩인들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홍콩민의연구소가 지난 3월 홍콩인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응답자의 22%가 이미 이민을 갔거나 조만간 갈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으니 산술적으로는 150만명이 홍콩을 등질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민에 나설 대다수가 상당한 경제력을 보유한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 정부 관리, 교수 등의 엘리트라는 사실이다. 홍콩이 조만간 ‘인재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이주할 때 재산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만큼 대규모의 자금 유출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1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올해에만 2802억 홍콩달러(40조 원)가 유출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향후 5년 동안 5880억 홍콩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도 추산되고 있다. 홍콩이 빈 껍데기가 된다는 우려가 괜한 게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이나 홍콩 당국은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인구나 인재는 지천인 중국의 저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홍콩의 중국화’는 향후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