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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부터 앵커까지’ 가상인간 전성시대...‘거짓 형상 열광’ 우려도

‘가수부터 앵커까지’ 가상인간 전성시대...‘거짓 형상 열광’ 우려도

기사승인 2021. 06. 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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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30억원 수익 내기도…인간 존엄성 침해·범죄 악용 우려도 제기
가상인간 김래아
LG전자가 만든 ‘가상인간’ 김래아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에서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모씨(25)는 소셜미디어 서비스(SNS)에서 한 음악가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원 공유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직접 작곡한 노래를 올린 이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가상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음악가는 LG전자가 만든 김래아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외형에 인공지능(AI) 기술로 목소리를 입힌 것이다. 나이 23세의 그는 실제 음원을 발매했으며 CES2021 프레스 컨퍼런스에 등장해 영어로 발표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나 전시회 등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실존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정도로 이질감이 없어 “사람보다 사람같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만1000명을 돌파했다.

최근 가상인간들이 온라인상에서 실제 인물처럼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신기하다’는 반응과 함께 가상인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간을 흉내낸 거짓 형상에 열광하는 데 대한 불편함 때문이다.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가상 인간 ‘릴 미켈라’는 실제 연예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캘빈 클라인,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동하며 2019년에만 130억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단가는 약 8500달러(한화 948만원)에 달한다.

2만4000명의 구독자를 지닌 ‘루이’는 본체인 실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에 얼굴만 가상의 얼굴을 합성한 유튜버다. 영상 댓글창에는 “지난주 서울숲에서 본 얼굴”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친근한 이미지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루이
실제 가수에 가상으로 만든 얼굴을 합쳐 만들어진 ‘루이’가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루이커버리’ 캡처
VV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여성 AI케이팝 아티스트 ‘아뽀키’는 지난 2월 22일 첫번째 디지털 싱글 ‘겟 잇 아웃’(Get it out)을 발매하기도 했으며, 롤 캐릭터로 구성된 K/DA 가상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4억4000만회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종합편성채널 MBN의 김주하 아나운서를 본뜬 AI가 진행하는 뉴스를 본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모씨(29)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이에 따른 감정도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가 조모씨(25)는 “거짓된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무시당하는 기분”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AI 가수 영상에는 ‘딥페이크 포르노나 딥페이크 피싱에 이용될 수도’ ‘이러다 일자리까지 뺏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정병탁 AI 연구소장은 “AI와 가상인간은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 전망”이라며 “긍정적인 점이 많은 동시에 인간의 가치를 바꾸는 등 부작용도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화처럼 예쁘고 멋진 모습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가상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나아가 디지털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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