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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기업 TSMC는 올해 3분기 회로선폭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반도체를 시범 생산한다. 생산 결과에 따라 내년에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14’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애플이 오는 9월 출시할 ‘아이폰13’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5’는 이미 양산 중이다. TSMC는 회로선폭 5나노 미만 첨단 반도체 개발에 애플과 협력해왔다. 3나노 미만 반도체를 가장 먼저 공급받을 곳도 애플이다. TSMC는 2014년 삼성전자가 독점해온 아이폰·아이패드용 반도체 생산을 가져왔다.
삼성전자는 아직 5나노 반도체 수율 높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오는 2022년 3나노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5나노 제품의 원활한 양산이 우선인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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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생산시설 확대 발표는 추격자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다. 파운드리 기업의 생산시설 확대는 미리 3년 후의 물량을 약속받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TSMC가 확보한 대형 팹리스 고객사를 삼성전자로 데려오기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세계 최대 팹리스인 퀄컴은 삼성전자와 TSMC를 오가며 가격협상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TSMC보다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최대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최근 “TSMC의 공격적인 자본 지출이 회사의 총 수익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655대만달러에서 580대만달러로 낮췄다. 투자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삼성전자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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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현재 생산하는 128단 V낸드와 15나노 D램을 뛰어넘는 기술을 3위업체 마이크론이 발표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실제 양산 제품의 품질이 삼성전자가 현재 생산하는 제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삼성전자가 그동안 강조해온 초격차 기술 전략이 힘을 잃었다는 점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이라고 귀띔했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장 부사장이 최근 기고문에서 “삼성전자가 이미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동작 칩을 확보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 역시 마이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과거에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발표하지 않을 법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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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 반도체사업단장)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기업은 양산이 시작되면 해당 제품과 기술을 발표하는데 마이크론의 경우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며 “제품이 실제로 수요 업체에 공급된 상황이라면 의미를 둘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술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