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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점의 두 얼굴

[칼럼] 독점의 두 얼굴

기사승인 2021. 07.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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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전 대한변협 국제이사.
중·고등학교에서 처음 접하는 용어인 독점은 완전경쟁의 반대어로, 특정인(기업)이 시장의 가격과 물량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다.

인류가 사회를 이뤄 경제생활을 할 때부터 있었던 독점은 때로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동을 통해 향신료를 접하게 된 중세 유럽인들은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처럼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게 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상인의 중동 무역 독점으로 향신료를 원하는 만큼 얻지 못하자 신항로 개척에 몰두하게 됐고, 이는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다.

사회적으로 독점은 예로부터 죄악시돼 왔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저술한 허생전을 보자. 몰락한 양반집안 출신의 가난한 서생이었던 허생은 10년을 목표로 글공부를 하던 중 부인의 질타를 이기지 못해 공부를 팽개쳤다.

이후 당대의 부호인 변씨를 찾아가 자금을 조달한 다음 경기도 안성에 가서 과일을 모두 사버렸고, 제수용 과일의 품귀현상으로 과일값이 폭등하자 보유하던 과일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허생은 매점매석을 통한 과일독점을 통해 축재한 사실에 부끄러워한 끝에 번 돈을 모두 나눠 주고 초야에 은거했다.

독점의 폐해는 산업혁명 이후 더욱 심화됐고, 이는 법이 독점을 정조준하는 계기가 되었다. 1839년 미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존 록펠러는 철도산업의 발달을 목격하면서 석유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동종 업종의 사업자들과 이른바 ‘트러스트(trust)’를 형성해 1881년 급기야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의 95%를 지배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러나 그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은 셔먼법(Sherman Act)으로 불리는 반(反)트러스트법 제정 후 미국 연방대법원의 기업 해산명령에 의해 34개의 회사로 강제로 분리됐다. 이들 중 일부가 오늘날에도 미국의 주요 석유회사인 엑슨모빌, 쉐브론이다.

그러나 독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기업가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기업은 독점을 통한 초과이윤 확보를 위해 경쟁자와 치열하게 경쟁한다.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비용 절감과 기술개발에 주력하면서 최종 소비자에게 이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멘토들은 성공의 전략으로 독점을 권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와 페이팔을 경영하다가 엑시트(exit)하면서 거부(巨富) 반열에 오른 1967년생 피터 틸은 자신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독점하라고 외치고 있다.

요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점은 그 자체로 죄악시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각국의 독점규제법은 독점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독점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거나, 정당한 경쟁 이외에 부당한 방법으로 독점에 이르고자 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역시 부당하게 독점의 폐해를 발생시키는 세 가지의 행위 유형, 즉 독점기업의 횡포(시장지배적지위남용), 독점기업의 형성(경쟁제한적 M&A), 독점기업과 같이 행동하기로 하는 약속(카르텔)을 규제하고 있다. 최근 문제됐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배달의민족-요기요 간의 인수합병 사례들에서 각국의 규제기관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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