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DGB, MZ세대 등과 소통
국민·SC제일은 고객 상담·웹 세미나
가상-현실 오가는 금융서비스 제공땐
마케팅차원 넘은 새수익모델로 부상
|
시중은행장들이 닉네임을 달고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셀카를 찍는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에서의 일이다. 두 은행 외에도 시중은행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 발굴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금은 사내 행사 등을 진행하는 수준이지만,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 10여년 후면 관련 시장이 약 17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기관은 이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대출 심사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고객서비스를 발굴하는 등 수익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가상세계 내에서의 경제와 오프라인 경제가 연결된다면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발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은 가상세계 내에 영업점을 개설해 해당 메타버스 내에서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여러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메타버스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외부세계와 개인 일상에 AR 및 VR기술을 적용해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이날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금융과의 연계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KB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구성했다. 지난 1일에는 재택근무를 위한 가상오피스 게더(Gather) 플랫폼을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오픈해 워크숍이나 회의 등을 진행했다. 현재 가상은행(지점) 설립, 고객 상담, 디지털 고객 체험관 등의 다양한 금융 콘텐츠 발굴도 실험해 서비스화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은행장이 직접 메타버스를 활용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MZ세대 직원과의 소통 창구로,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신입행원을 맞이하는 자리로 메타버스를 선택했다. DGB금융은 이들보다 앞서 계열사 사장단 경영현안 회의 등도 메타버스에서 진행해왔다.
메타버스는 내부 행사뿐만 아니라 은행 대고객 서비스에도 활용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오는 21일 메타버스를 활용해 자산관리 고객 대상 세미나인 ‘웰스(Wealth)케어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국내 은행들은 메타버스와 관련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논의나 연구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지금은 마케팅 효과를 누리는 수준이지만 신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새 수익원이 될 수 있어서다.
일단 대출 심사나 상담 등에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면 현장 실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이미 해외금융사들은 메타버스 기술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하다. 미국 캐피탈원은 AR 기반의 자동차대출 앱을 개발해 차량을 심사하고 대출을 공급하고 있고, 캐나다 TD은행은 VIP 고객의 투자상담도 AR기기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과 같은 투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트레이더 전용 AR 분석기인 ‘홀로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해 오프라인 자료를 디지털화하면서 원격 의사소통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가상세계 내 경제 활동이 활발해진다면 전용 은행 지점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메타버스 내의 화폐(자산)를 해당 세계 내의 지점에 예치해 수탁 수수료를 수취하거나, 대출을 공급해 이자를 수취하는 식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석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은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메타버스 기반의 금융업은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기술적 장점으로 온·오프라인 금융을 통합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업 업무 방식이나 공간도 온·오프라인 연계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당장은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현실거래처럼 세계 내에서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새로운 사업영역이 되는 것”이라며 “거래처화가 가능하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히 눈여겨봐야 할 사업”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