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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백신, 확보할 때까지 확보한 게 아니다

[기자의눈] 백신, 확보할 때까지 확보한 게 아니다

기사승인 2021. 08. 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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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여권
이장원 정치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확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모더나 백신의 8월 국내 도입과 관련해 “850만회분이 제때 도입되도록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앞서 불거진 공급 지연 논란이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주도 지나지 않아 정부는 지난 9일 브리핑을 열고 모더나 백신의 8월 공급량이 절반 이하로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사 측의 문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마무리됐다”는 김 총리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여름휴가 중인 김 총리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외 기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한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산 백신 개발 의지를 내보이며 “해외 기업에 휘둘리지 않도록”이라는 표현을 썼다. 모더나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제약사에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조금은 다른 상황에서 나왔던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권 장관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사과를 한 만큼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정부는 추석 전 3600만명 1차 접종목표 조기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용 백신을 총동원해 1차 접종에 집중할 경우 정부는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킬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목표 인원을 더 늘릴 것”이라며 추가 약속까지 했다.

다만 1·2차 접종 간격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백신 수급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백신 확보’ 발표는 계속 시험대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확보했다고 밝힌 최대 9900만명분의 백신이 제때 손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확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확실히 보증하거나 가지고 있음’이다. 우리의 백신(현물)은 현재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계약을 통해 어느 정도 보증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확보인 듯 확보 아닌 확보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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