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매출 50% 이상 전동화
현대차 '2040년 청사진' 머물러
작년 전기차 판매 5위→10위로
부품사 사업 전환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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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독일 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허락하는 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투자 계획을 새롭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총력전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줄줄이 투자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시점에는 적은 수의 직원만을 고용해 직접 EV 파워트레인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며 인력 감축에 대한 목표도 내놨다.
앞서 벤츠는 2030년부터는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어 이를 더 가속화하는 전략을 수립 중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BMW와 폭스바겐, GM 등은 2030년 전 세계 매출의 50% 이상을 전기차로 올리겠다고 했고, 볼보는 2030년부터 전 차종을 전동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어디쯤 왔을까. 일단 현대차그룹의 통합 목표는 2040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포함 전동화 차량만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새 공략을 내야 한다는 시각이다. 1년여 사이 주요 시장의 강력한 환경규제로 전기차 시대가 훨씬 앞당겨졌고 타 완성차업체들의 드라이브가 거세지면서 초기에 선점한 매력들을 다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는 “현대차의 전기차 초기 대응이 늦진 않았지만 경쟁사들이 최근 뛰어가고 있어 뒤처지는 모습들이 보인다”며 “지난해 상반기 5위권에 있던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상반기 10위 수준으로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사들이 2025년, 2030년의 중기 전략을 수립하기 바쁜데 현대차는 뒷북 청사진을 손에 들고 있다는 게 이 박사 시각이다. 현대차를 포함해 몇 개 업체만 갖고 있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이제 대부분의 회사가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폭스콘 같은 위탁업체마저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파트너링 역시 글로벌 3사가 국내기업이라 공급에 더 유리하다 판단했었지만 이제 해외공장 비중이 더 커지면서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 박사는 “전략 발표가 늦는 배경 중 하나는 노사 간 협의 문제일 수 있다”면서 “생각했던 거 보다 더 빨리 전기차 시대가 오고 있어 조율이 안 된 그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차로 사업 전환이 더딘 부품업체도 문제다. 이 박사는 “자칫 부품을 다 수입해 쓸 수도 있다”며 “전장부품 경쟁력이 워낙 약해서 부품사들의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특히 이 박사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산업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미국, 일본의 자동차산업 투자액은 국내 규모의 수배에 달하고 최근엔 중국마저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흥하면 현대차그룹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전기차 드라이브를 절대 허투루 봐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의선 회장이 영업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다만 미국 현지 전기차 공장 신설이나, 생산라인 전환에 대해 노조와의 갈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현대차그룹이 너무 정부만 믿지 말고 직접 부품사의 전기차 사업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