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 칼럼] 북한이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

[이효성 칼럼] 북한이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

기사승인 2021. 08. 22. 18:0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이나 만났지만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에는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나고 말았다. 보통 외교적 합의는 정상들이 만나기 전에 실무자선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한 후 정상들이 만나 서명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지난 북미 정상 회담은 그런 절차 없이 우선 정상들이 만나 큰 틀에서 합의한 후 실무선에서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든다는 톱다운 방식이었으나 역시 한계가 있었다. 화려한 이벤트는 연출되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북한은 그 화풀이로 남북 당국 사이의 핫라인을 일방적으로 끊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이는 매우 잘못된 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정상이 만나도록 한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밥상을 차려주었으나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면 자책을 해야지 남 탓을 해서는 안 된다. 그 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와 2020년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 부족으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북한은 ‘선군 정치’에서 벗어나 ‘인민 대중 제일주의’ 노선을 택하고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UN의 제재로 남한이 북한을 직접 도울 수 있는 길은 없다.

남한이 할 수 있는 일은 미국을 설득하여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도록 하는 이른바 조정자 역할이다. 다행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 나아가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진지한 태도와 설득이 한 몫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CVID와 같은 북한의 완전 항복과 일괄타결 대신, 외교를 통한 단계적 해결에 진지하게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무대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북한은 이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미국의 일부 전략가들은 좀 더 적극적인 북한 포용 정책을 표명하고 있다. 한 예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임호영 전 한미 연합 부사령관과의 공동 기고문[Foreign Affairs, July 29, 2021]에서, 북한이 경제적 안보를 위해 도발을 자제한다면, 남한과 미국은 북핵 문제의 진전, 북한의 중국 의존 축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남한의 도움에 의해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진영의 국제질서에로의 통합에 대한 보상으로 식량 안보를 포함하여 북한의 저변의 안보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을 제의했다.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은 더욱더 굳건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지금 미국 조야는 북한에 매우 전향적이다.

북한도 다행히 바이든 정부의 태도를 예의주시하며 자신의 언행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동안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8월 10일 한미 연합 훈련 사전 연습이 시작되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무력도발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 동안 한미 공동 군사 훈련을 늘 비난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강조하고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아대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곤 했다. 그런 북한의 위협에 한미 동맹이 공동 훈련으로 대비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만일 그 훈련에 대해 북한이 비난으로만 그치고 실제 도발이 없으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식량 문제와 북한의 안보 불안의 해소를 위해 기꺼이 나설 것이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도발 대신 핵무기의 포기와 해체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핵을 가지고 망하느냐, 핵을 버리고 흥하느냐? 선택은 북한에 달렸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