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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CU(씨유)에서 통장 재발급 받았어요” 편의점에 들어간 하나은행, 주민 ‘호평’

[르포] “CU(씨유)에서 통장 재발급 받았어요” 편의점에 들어간 하나은행, 주민 ‘호평’

기사승인 2021. 10.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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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하나은행 STM' 이용해보니
카드·통장 재발급 등 46개 업무
상담원 연결 원활…처리도 빨라
안내직원 없어 고령층 불편 우려
대기고객 공간 등은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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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은행이 없어서 지하철 한 정거장을 갔어야 하는데, 은행 업무 보기가 한결 편해졌네요” BGF리테일의 편의점 브랜드 CU마천파크점 안에 생긴 하나은행 스마트텔러머신(STM) 이용객의 말이다. 하나은행은 CU와 협업을 맺고 편의점 내에 간단한 창구업무를 볼 수 있는 STM 점포를 새로 열었다. 직접 해당 STM 기기를 이용해보니 상담원 연결이 원활해 은행 창구에서 상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처리 과정도 더 빨랐다. 계좌 개설 시 본인확인을 위한 상담원이 바로 연결됐고, 이후에도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없는지 상담원이 세심히 살펴줬다. 통장을 만드는데 5분 남짓 걸렸다.

다만 STM 기기를 처음 이용해보는 고객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별도의 안내 직원은 없다. 은행으로 바로 전화를 걸 수 있게 해뒀지만, STM에 익숙치 않은 고령층에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또 단독 창구 점포인 만큼 2~3명의 고객이 통장 재발급을 위해 모인다고 해도 대기시간이 발생하고, 편의점 고객과도 겹칠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만큼 내점 고객 관리 방안은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13일 본지 기자가 직접 찾은 CU마천파크점은 4층짜리 건물 한개 층을 모두 쓸 정도로 규모가 꽤 큰 직영 편의점 내에 부스 형태로 하나은행 STM을 비치했다. STM에서는 입출금 뿐만 아니라 예적금 가입과 카드·통장 재발급 등 은행 창구에서 주로 하는 업무 46가지를 처리할 수 있어, 웬만한 은행 지점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은 주변에 네 곳의 아파트 단지가 있고 빌라도 즐비한 주거촌이지만, 인근에 은행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하나은행 지점은 이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약 20분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

하나은행 고객들은 편의점 내 은행으로 불편을 덜게 된 셈이다. STM은 ATM으로는 할 수 없는 통장발급, 카드 발급, 예적금 가입 등 창구에서 처리해왔던 금융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가 직접 입출금 통장을 개설했다. 본인인증은 신분증을 스캔하고, 이후 상담원과의 화상 통화로 얼굴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본인 인증 절차가 확인되자 키오스크를 통해 상품 설명서, 이용약관 동의 절차 등을 진행했다. 처음 접하는 기기에 이용을 어려움을 겪자 상담원이 화면을 함께 보며 설명해, 계좌 개설 절차를 5분만에 마칠 수 있었다. 창구를 꼭 방문해야 하는 통장 재발급이나 비밀번호 재설정 등도 10분 인내 신속하게 진행됐다.

편의점 이용객이 많아 개인정보가 밖으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부스가 별도로 설치돼 있어 큰 소리로 상담원과 통화해도 밖에서는 내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부스 내부 관리는 편의점 직원이, 보안 등은 하나은행 영업점과 ATM을 관리하는 업체가 맡는다.

기존에도 은행 점포 내에 카페나 편집숍 등을 유치한 복합점포는 더러 있었지만, 아예 은행 영업점을 대체하는 STM이 이종산업 점포 안으로 들어간 사례는 처음이다. 최근 은행 지점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고령층 등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하나은행의 CU내 점포가 성과를 낸다면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변 주민들도 내심 새로 생긴 점포를 반겼다. 근처에 거주하는 편의점 방문객 유 모씨(58세)는 “통장을 다 써서 다시 발급하려면 멀리 거여역(1.3km 떨어진 거리)까지 가야했다”며 “은행이 아예 들어오기 힘들면 이런 STM기기라도 생겨서 편해진 것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점 내방 고객이 주로 고령층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안내 직원이 별도로 없는 점은 아쉬웠다. 점포를 찾더라도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등이 안내해야 하는 실정인데,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기기 작동법 등을 세세히 알고 있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시로 수화기만 들면 상담사에게 연결할 수 있게 해뒀지만, 이 역시 고령층 고객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기기가 한 대 뿐이기 때문에 대기 고객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입출금 같은 간단한 업무를 위해서는 ATM기기도 별도로 설치해두긴 했지만, STM기기는 한 대 뿐이다 보니 2~3명의 고객만 모여도 편의점 내부가 붐빌 수 있다. 편의점만 이용하는 고객도 많은 큰 점포기 때문에 내방 고객이 꽤 많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통계를 분석해보면 은행 지점을 이용하는 대부분 고객이 예상 외로 입출금 및 송금 기능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크게 붐비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럼에도 고객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 은행 측에서 별도로 대기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은행은 부스 뒤쪽에 설치한 화면을 통해 금융컨텐츠 등을 재생해 대기 시간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은행 지점이 부족한 지역 등을 우선으로 편의점과의 ‘콜라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단 편의점 점포 크기가 일정규모 이상 돼야 부스나 기기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신도시 지역 직영점을 중심으로 추가 점포 개설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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