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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해수부 국감에서 공정위 부위원장이 질타받은 이유

[취재후일담] 해수부 국감에서 공정위 부위원장이 질타받은 이유

기사승인 2021. 10. 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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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방위적인 질타를 받는 낯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은 해운업 재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해수부가 해운사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공정위를 막고자 회유와 질책을 하는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22일 해수부, 공정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국감은 국회의원들이 국가기관 감사를 실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위원들에 질타받는 장·차관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타 부처 차관급 인사가 위원들에게 질타받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운 만큼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농해수위 위원장인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감시·감독권을 가진 해수부가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하는데 공정위가 왜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느냐”고 꼬집었으며, 해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하는 일은 모두 정의고, 의원이 하는 일은 입법 로비나 받아서 하는 것처럼 판단하는 공직자들의 사고가 아주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문성혁 해수부 장관까지 가세해 “해운 재건 5개년 프로그램 덕분에 기적적으로 해운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인데 만에 하나 이런 공정위 이슈가 해운 재건에 찬물 끼얹으면 안 된다는 염려가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해수부와 공정위 간 갈등의 골은 해운사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위 제재가 본격화되며 드러났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HMM, 머스크 등 국내외 23개 선사가 해운법에서 허용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동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습니다. 해운법에 근거에 유일하게 공동행위가 인정되는 해운업이지만, 화주와 가격을 사전에 협의하고 해수부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해수부에 신고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세부 계약을 맺은 122건은 해운법상에서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으로 제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반면 해수부는 신고가보다 낮은 가격의 계약은 오히려 공동행위로 인한 이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직 공정위의 전원회의가 열리진 않았지만, 주요 해운사가 최대 800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생기자 해수부는 부처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해왔습니다. 여기에 농해수위는 해운사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에 근거한다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심사 중입니다. 개정안에 소급적용 조항이 포함된 만큼 통과 시 공정위의 제재가 불가능해지는 겁니다.

이처럼 해운사 공동행위를 두고 공정위와 해수부의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해수부 국감장에 김 부위원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농해수위 위원들이 질책한 것입니다.

해수부를 비롯해 농해수위까지 강하게 나오는 데는 시간 싸움에서 해수부가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해운사들은 내년 선박 발주 계획조차 섣불리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운재건에 노력 중인 해수부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지며 김 부위원장을 국감장에 불러 해운법 특수성을 고려해달라고 회유와 질책을 한 셈입니다.

이로 인해 해수부 국감은 공정위 국감이 아니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농해수위 위원들이 공정위를 질책하는 사이 진정 이 자리에서 논의돼야 할 해수부의 국정감사가 뒷전으로 밀려난 점은 못내 아쉬움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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