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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 조은산이 말한다] 민노총과 전태일

[진인 조은산이 말한다] 민노총과 전태일

기사승인 2021. 10.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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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민노총은 각계각층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규모 기습시위를 강행하고 만다. 서울 도심 곳곳의 교통이 마비되었고 완화된 방역 조치에 한숨 돌렸던 인근 상인들은 다시금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꽤 먹고살 만한 신진 부르주아들의 난데없는 횡포에 시민은 인간이 가진 끝없는 탐욕을 절감했다. 그들은 이미 전 국민적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민노총과 운동권 그리고 김정은에게만 유독 쩔쩔매는 진보팔이들은 제외하고.

그런 그들이 10.20 총파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내달 13일,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예고했다. 나는 전태일 세 글자에 잠시 시선을 멈춘다. 민노총과 전태일이 한 공간에 열거될 수 있다는 건 이 사회가 응당 가져야 할 최소한의 분별력마저 잃었다는 증거다. 또한 고인에 대한 모독이자 그의 유족에 대한 극심한 조롱이다.

나는 전태일 평전의 어느 한구석에서도, 그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든가 주체사상 따위의 것들에 물들어 친북·반미 정신으로 민족해방을 외치며 노동운동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NL이었는가 PD였는가.

전태일 열사는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기 위해 그의 차비를 토해내야 했고 결국 3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퇴근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전태일 평전 어느 곳에서도 그가 평균 연봉 7천에서 1억에 달하는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특권 계층의 노동자였음을 암시하는 단 한 문장도 발견하지 못했다.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 퇴근길에 오른 그는 BMW에 몸을 실었는가 메르세데스 벤츠에 몸을 실었는가.

또한 전태일 열사는 비숙련공이었던 어린 ‘시다’들의 살인적인 근로 환경과 열악한 임금 수준에 분노해 바보회를 조직했고 같은 환경에 놓인 같은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비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같은 노동자의 출입을 가로막아 밥그릇을 걷어차고, 노조에서 탈퇴했다는 이유로 같은 노동자의 강제 해고를 사측에 강요해 밥줄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는 깡패인가 양아치인가.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이렇게 말한 전태일 열사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그토록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어서 직면한 현실과 멀어져가는 꿈들 앞에 결국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김포 택배노조처럼 대리점주를 향한 집단적 폭언과 태업으로 같은 노동자에 불과한 한 가장을 자살로 내몰지는 않았다. 이제 그는 살인자인가.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그의 말이 내 죽음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 말로 겹쳐 보인다. 가진 자의 욕망은 끝이 없음을 알기에 나는 민노총의 집단광기가 흔들림 없이 광화문의 폴리스 라인 너머로 다시 뻗어나가리라 믿고 있다.

그 구국의 강철대오가 진정 전태일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면 누가 나서겠는가. 전태일이 노동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듯, 민노총의 요구대로 전국 주택 50%의 국유화를 위해 자신의 집을 기꺼이 바칠 용기 있는 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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