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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올리고, 가산금리 내리고”…증권사들의 ‘빚투금리 산출법’

“기준금리 올리고, 가산금리 내리고”…증권사들의 ‘빚투금리 산출법’

기사승인 2021. 10. 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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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가산금리↓…투자자 부담 완화
고금리 여전…빚투 이자 부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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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묘수 또는 고육지책(?)’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의 기준금리를 높이면서도 전체 금리 수준을 그대로 가져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폭 만큼 가산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빚투’ 금리 수준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투자자 부담 가중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1일 기존 1.33%이던 신용거래융자 기준금리를 1.43%로 0.10%포인트 인상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빚투(빚내서 주식투자)’로 불린다. 기준금리가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빚투에 대한 금리 부담이 가중됐다는 의미다.

◇증권사, 가산금리 인하로 투자자 부담 낮춰

하지만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금리 부담은 없다. 미래에셋증권이 가산금리를 기존 7.17%에서 7.07%로 0.10%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신용도 등 조건에 따라 덧붙이는 이자율을 의미한다. 돈을 빌려주기 위해 증권사들은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와야 하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덧붙인다. 가산금리는 각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미래에셋증권이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는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는 0.50%이던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다른 금융사의 대출금리도 모두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대규모로 형성된 빚투에 대한 투자자 부담을 우려해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8월 기준 개인투자자의 주식 신용융자 잔고는 2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말 6조6000억원 대비 약 3.9배 폭증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 반대매도가 일평균 84억8000만원까지 늘어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수 반대매도 역시 7월 190억8000만원에서 8월 246억4000만원으로 29.1% 급증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부담이 확대되자 미래에셋증권은 정부 기조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고도 투자자에게 실제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도 이 같은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1일 공고를 통해 신용거래융자 기준금리를 기존 1.07%에서 1.14%로 0.07%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동시에 가산금리는 (7일 이하 기준) 4.60%에서 4.53%로 0.07%포인트 떨어졌다. 인상폭와 인하폭이 같아 결국 투자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리 부담은 없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1일 신용거래융자 기준금리를 1.2%에서 1.3%로 0.1%포인트 올린 대신, 가산금리를 5.3%에서 5.2%로 0.1%포인트 인하했다.

◇투자자, 증권사에 7~9% 높은 ‘이자 지급’

문제는 이 같은 금리 동결이 투자자의 빚투 부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7~9%에 달하는 높은 이자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대출기간 31~60일 기준 빚투 금리가 가장 비싼 곳인 키움증권은 현재 9.0%에 달하는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외 △유안타증권 8.9% △이베스트투자증권 8.8% △유진투자증권 8.5% △SK증권 8.5% 등 대부분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에 대한 눈가림 성격의 이자율 변동이 아닌 실질적으로 금리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산금리의 합리적인 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조달금리가 함께 오르게 됐는데 가산금리를 내린 것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향후 신용거래융자와 예탁금담보대출 등에 대한 이자율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정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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