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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예술의 꽃, 척박한 삶의 빛 ‘이콘’

러시아 예술의 꽃, 척박한 삶의 빛 ‘이콘’

기사승인 2021. 12. 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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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 특별전
종교/ 이콘 전시
이콘으로 장식된 화려한 성화벽은 이번 특별전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김성환 기자
400여 년간 이어진 러시아 이콘(Icon·성상화)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 특별전이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2020-2021 한·러 상호교류의 해’를 계기로 일찌감치 기획된 전시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미뤄지다 최근에야 관람객을 맞게 됐다. 2022년 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이콘은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동방정교회에서 제작된 성상화(聖像畵)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이들의 삶과 관련한 얘기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이다. 러시아가 998년 동방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인 후 이콘은 러시아 사람들의 신앙과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세기에는 민초들의 집에서 차르의 화려한 궁전까지 러시아 사람들의 삶의 공간 어디든지 이콘이 걸려 있었을 정도로 대중화가 됐다.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도 이콘을 통해 성서를 이해할 수 있었고 이콘을 보면서 성인의 삶을 닮아가려고 했단다.

이콘
이번 전시에는 보기 드문 양면 이콘도 선보인다. 러시아 정교회 주교들이 행진할 때 들었다고 한다./ 김성환 기자
종교
전시는 러시아 이콘의 황금기였던 15세기부터 대중화에 접어든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이콘의 변화 과정을 시대별로 보여준다./ 김성환 기자
이콘은 러시아 근현대 예술의 중요한 근간으로도 평가받는다. 바실리 칸딘스키, 카지미르 말레비치 같은 러시아 출신 근현대 추상화가들이 이콘이 가진 탈구상적 기법과 색채상징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예술감독인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러시아 이콘은 러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꽃이자 동토의 척박한 삶을 지탱해 온 빛”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15~19세기의 이콘 그림 57점, 이콘 조각 9점, 성물 14점 등 총 80점이 선보인다. 국내에서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이콘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러시아 이콘 박물관에서 공수됐다. 일부는 개인 소장품이다. 러시아 이콘 박물관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모스크바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사립 박물관이다. 비잔틴 시대의 이콘을 비롯해 러시아 각지의 이콘 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종교/ 이콘 조각
이번 전시에선 이콘 조각도 선보인다./ 김성환 기자
전시는 러시아 이콘의 황금기인 15세기를 시작으로 전환기인 17세기, 다양한 사조가 어우러지며 대중화에 접어든 18~19세기까지 이콘의 시대별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17세기의 작품이 많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안수민 학예사는 “이 시기의 작품들은 왕조가 바뀌는 혼란의 시기였던 터라 서유럽으로부터 많은 이방인이 들어오고 서양의 문물이 유입되며 서양화 기법이 절충된 이콘이 등장한다. 판화, 회화의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라고 소개했다. 18세기 이후 이콘에선 근엄함과 권위보다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이 강해졌다. 눈(雪) 파도, 구름 등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활동을 제약하는 고전주의 규범으로부터 벗어나 개성과 감성을 존중하는 계몽주의 사상이 사회 전반에 형성된 덕이다. 이를 계기로 이콘의 대중화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이콘 그림 중에는 흔치 않은 것들도 있다. 금, 은으로 덮개를 씌운 화려한 작품이나 러시아 정교회 주교가 행진할 때 대중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앞, 뒷면에 그림을 그린 양면 이콘등이 대표적이다. 이콘 조각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 나무를 깎아 저부조로 제작한 다음 색을 칠했기 때문에 신체의 조소감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회화적 기법을 적극 활용한 얼굴만큼은 강한 입체감이 느껴진다.

종교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는 특별전 기간 이콘과 관련한 미디어 아트를 보여준다./ 김성환 기자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성화벽이다. 성화벽은 동방정교회 성당에서 신자들이 앉는 회중석과 성직자들이 전례를 집전하는 지성소를 구분하는 칸막이를 일컫는데 이 성화벽은 이콘으로 장식돼 있다. 전시를 위해 화려한 이콘으로 꾸민 성화벽이 재현됐다. 콘솔레이션홀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 아트도 흥미롭다. 콘솔레이션홀은 서소문순교성지에서 순교한 성인들의 유해를 모신 공간이다. 전시 기간 이콘과 관련한 미디어 아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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