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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자사주로 본 금융사 경영방식…‘로열티’ 은행vs‘이익 중시’ 카카오금융

임원 자사주로 본 금융사 경영방식…‘로열티’ 은행vs‘이익 중시’ 카카오금융

기사승인 2021. 12. 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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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보수적·조직 중시 성향
임원들 퇴직 전까지 지분 보유
4대 금융지주 회장 1만주 이상
카카오, 재직 중 차익 실현 꾸준
개인재산에 신경 안쓰는 분위기
대량매도→하락세 이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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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VS 900억원’. 12월 보름간에 있었던 금융회사 임원진의 자사주 거래 금액이다. 1억원은 금융그룹 임원이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자사주를 4000만원, 6000만원어치 사들였다.

900억원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임원진 8명이 매도한 주식 대금이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지분을 대량 매도해 대규모 차익을 거뒀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에서 임원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곤 한다. 금융그룹 최고경영자만 보더라도, 4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1만주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 계열의 금융회사 임원들은 거리낌 없이 보유자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최근 상장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스톡옵션을 주식으로 전환해 대거 매도했고 카카오뱅크도 주요 임원들이 상장 직후부터 200억원어치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이러한 행보는 같은 금융권에서도 상반된 두 금융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임원들의 자사주 거래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와 함께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지난 3일에 하나금융지주 지분 1000주(약 4000만원 상당)를 추가 매입했다. 보유주식수는 총 3000주로 늘어났다. 지난 6일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지분 5000주(약 6000만원 상당)를 매입했다. 손 회장이 보유한 총 주식수는 10만주를 넘는다. 그에 앞서서도 우리금융은 임원진이 함께 지분을 매입하는 등의 행보를 자주 보여왔다.

이처럼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 임원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퇴임 전까지는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임원이자 주주이기도 한 만큼 책임을 지고 회사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주가부양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로 지분을 매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은행 임원들은 대부분 퇴임 전까지는 지분을 매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상장한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은 임원진이 재직 중에도 보유 주식 매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자사주 9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보유 주식 일부를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에 앞서 카카오뱅크도 CTO와 CRO 등 주요 경영진이 상장 이후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지분을 매도한 바 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임원들도 상장 후 주가가 빠르게 오르자 차익을 시현했다.

이런 양상은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임원들이 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소 보수적이고, 조직을 중시하는 은행 등 전통금융사에 비해 카카오 계열사는 자유로운 빅테크 경영방식이 금융사로까지 전해지면서 개인 재산에 대한 처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은행 등 금융지주사는 임원자리가 적은 만큼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경향이 있어 조직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자는 이사회의, 임원진은 최고경영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자사주가 활용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회사 임원들의 자사주 거래를 눈여겨보는 경향이 있다. 임원들이 경영을 사실상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이들의 매수 혹은 매도를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임원진이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하자 하락폭이 커진 것 또한 이런 이유가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 자산이긴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 미래가치에 대한 신뢰도로 연결되기도 한다”며 “금융권 임원들이 좀 더 신중하게 자사주 매수·매도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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