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A] 서울·경기 지자체, 독성 성분 손소독제 시민 나눠줬다

기사승인 2021. 12.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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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92개 지자체·기관 조사…김포·성남·은평·송파 등 문제제품 배부
정부 가습기살균제 성분 BKC 호흡기 피해 이미 경고
식약처 제조 금지만…구매 여전히 가능
전문가 “판매 금지·중독센터 필요”
최근 2년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배부·사용한 지자체
서울시와 경기도 일부 지자체들이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인 ‘벤잘코늄염화물(BKC)’이 함유된 분무형 손소독제 14만개 이상을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확인됐다. BKC성분이 포함된 분무형 손소독제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조를 금지한 제품이지만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회수는 이뤄지지 않아 일부 지자체와 국민들이 현재도 문제의 제품을 구입·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아시아투데이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실이 서울시 25개구 및 주민센터, 경기도 31개 시군 및 행정복지센터, 서울시 11개 교육지원청, 경기도 25개 교육지원청 등을 대상으로 최근 2년 구입하거나 후원 받은 손소독제 제품 정보를 청구해 분석한 결과 △서울 송파구 △서울 은평구 보건소 △서울 시립대 △경기 김포시 △경기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경기 성남시 등 6곳에서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14만4375개를 사용했다. 이 중 일부는 면역력이 약한 아동·노인들에게도 배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포시 통진읍의 경우 지난 7월 물류기업 두다닷으로부터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메디플러스살균액’ 3000개를 기부 받았다. 통진읍은 해당 제품의 위해성을 확인하지 않고 관내 아동지역센터, 청소년문화의집 등에 나눠줘 아동과 청소년들이 사용하도록 했고 주민들에게도 배부했다.

송파구 잠실7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11월 BKC가 들어간 분무형 손소독제 ‘더프트앤도프트 소피소피 손소독제’ 100개를 구입해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주민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지난해 11월 소피소피 손소독제 90개를 구입해 기말고사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경기도 성남시도 지난 4월 화장품 판매사 제너럴브랜즈로부터 소피소피 손소독제 14만1000개를 기부 받고 위해성 확인 없이 이를 모두 노인들과 저소득 시민 등에게 나눠줬다.<본지 9월 15일 5면 '성남시가 나눠준 손소독제, 가습기살균제 성분 함유' 참조>
해당 제품들은 인체 기관지 경련·비염·홍반 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이미 경고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2019년 8월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공개한 환경부의 ‘염화벤잘코늄 흡입독성시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BKC는 동물 대상 흡입독성 실험 결과 비강·후두·폐에 건강 피해를 미쳤다. BKC가 인체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 10일 한국환경학회에 게재된 ‘BKC 살균제의 용도 및 건강 위험에 대한 고찰’ 논문에는 BKC가 함유된 살균제·샴푸 등 사용으로 인체에 홍반·접촉피부염이 발생했다는 외국 사례가 보고됐다. 해당 논문에는 BKC 함유 네블라이저(호흡기 치료기) 사용에 따른 비염·접촉피부염 사례, BKC 살균제 용액에 노출된 청소·의료 노동자들의 직업성 천식 사례도 포함됐다.

문제는 식약처가 지난 8월 9일 고시를 개정해 눈과 코로 흡입될 가능성이 높은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제조를 금지하고도 유통 중인 제품의 판매를 막지 않아 여전히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은평구보건소는 고시 개정 후인 8월 25일 문제의 손소독제를 구입해 1000가구를 방문하는 건강조사 담당자와 해당 가구 주민들이 사용했다. 이에 보건소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팔아서 샀다. 위해성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도 특수교육지원센터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10월 소피소피 손소독제 85개를 구입했지만 현재까지 사용하지는 않은 상태다.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제품은 현재도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판매사인 A기업 관계자는 “자체적으로는 팔지 않는다. 다만 리셀러들이 팔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순 없다”고 밝혔다.

문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위험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분무형 제조를 금지했으나 판매를 중단시킬 정도의 위험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판단에 대해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BKC 함유 제품 사용에 따른 인체 피해들이 외국에서 보고됐다.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며 “BKC 포함 살균제가 사용된 소비용품 목록과 농도 등 생활화학제품의 건강위험을 감시하는 중독센터 설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종윤 의원은 해당 제품들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정감사 지적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손소독제 판매 금지에 소극적이다. 국민 생활 안전과 밀접히 관련된 만큼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지자체를 통해 유통된 건은 지자체가 회수·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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