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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이제 과거로 못 돌아간다, 중국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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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1. 12. 25. 13:36

싫으면 스님이 절을 떠나듯 미련 없이 짐 싸야
홍콩은 지난 1997년 7월 1일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에도 상당 기간 ‘아시아의 진주’라는 자랑스러운 별칭으로 불렸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치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는 웬만한 동남아 국가 정도는 우습게 볼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했으니까 말이다. 금세기 말에도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과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렸다면 굳이 더 이상 설명도 필요 없다. 홍콩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무한한 자부심을 한껏 느끼지 않았다면 이상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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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관공서에서 이뤄지는 국기 게양식. 외면적으로는 ‘일국양제’의 이념이 여전한 것처럼 보이나 현실은 완전히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홍콩의 중국화는 이제 거스르지 못할 대세가 됐다./제공=신화(新華)통신.
하지만 이제 홍콩인들은 그랬던 과거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할 것 같다. 홍콩이 앞으로는 모든 면에서 더 이상 ‘아시아의 진주’로 불릴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진짜 그런지는 우선 정치적인 측면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난 19일 실시된 90명 정원의 입법회 선거 결과가 현실을 잘 말해준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25일 전언에 따르면 위원 90명 전원이 친중파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올해 3월 홍콩 당국이 자격 심사를 통과한 친중 인사만 공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선거 제도를 개편한 만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그동안 유일하게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한 입법권마저 수중에 넣으면서 이른바 홍콩의 3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홍콩의 중국화’는 굳이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 말하지 않아도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반중 인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결코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단언해도 좋다. 최근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희생자를 기리는 ‘수치의 기둥’이 오랫동안 현장을 지킨 것과는 달리 맥없이 홍콩대학에서 철거된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저항 정신이 특징인 홍콩의 청년들도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 순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전직 언론인 P 씨는 “이제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일 뿐이다. 과거의 영광은 이제 잊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격렬히 저항한 후 감옥에 가거나 이민을 떠나야 한다”면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홍콩의 체제를 언급할 때면 항상 언론에 등장하고는 했던 단어 두개가 있었다. 그게 바로 ‘일국양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통치함)’였다. 하지만 이제 이 단어들은 홍콩인의 입에서조차 더 이상 오르내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최근 홍콩의 상당수 재력가나 유력 인사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영국과 대만 등으로 떠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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