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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 알라” 미얀마 천주교 신자들, 크리스마스에 화난 이유는

“부끄러운 줄 알라” 미얀마 천주교 신자들, 크리스마스에 화난 이유는

기사승인 2021. 12. 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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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ANMAR-MILITARY-POLITICS-COUP <YONHAP NO-2271> (AFP)
지난 24일 미얀마 군부가 공개한 사진. 찰스 마웅 보 미얀마 추기경(왼쪽)이 23일 군부 쿠데타와 민간인 학살의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오른쪽)과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제공=AFP·연합
“크리스마스에 살인자와 웃으며 케이크를 자른 추기경은 미얀마 가톨릭 공동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줄 알라” 미얀마 천주교 신자들이 크리스마스에 자국 추기경에 대한 비판과 분노를 쏟아냈다.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군부 쿠데타와 이후 이어진 민간인 학살의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 회동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26일 미얀마 국영 글로벌뉴라이트·AFP 등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흘라잉 총사령관은 지난 23일 양곤대교구장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집을 찾았다. 추기경이 주최한 성탄절 행사를 위해서였다.

군부의 선전통로인 국영 글로벌뉴라이트가 공개한 사진에는 흘라잉 사령관과 마웅 보 추기경이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음식을 나누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은 함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자르기도 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이날 1만 달러가 넘는 2천만 짯(약 1300만원)을 기부했다.

글로벌뉴라이트는 두 사람이 “평화와 번영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보도했다. 마웅 보 추기경은 “평화와 평화 만들기가 성탄의 핵심 메시지”라며 “각계각층의 모든 사람들이 용서와 상호 존중·우리 국민과의 진지한 대화와 화해를 통해 조국의 평화·화합·발전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천주교 신자들이 다수인 카렌·친·카야·카친주(州)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미얀마군의 무자비한 공습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1300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군부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군부에 반대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군부의 충돌, 군부의 무자비한 공습은 가톨릭(천주교) 신자들이 다수인 이들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2017년 미얀마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세지·평화·발전 등을 언급하며 군부의 수장과 회동한 마웅 보 추기경에 대해 미얀마 천주교 신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천주교 신자들의 단체인 미얀마의 정의를 위한 독립 가톨릭교회는 성명을 내고 “추기경은 억압받고 살해된 사람들의 고통과 교회(성당)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폭격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이 모임은 천주교의 모든 뜻에 반하는 것이므로 미얀마 천주교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얀마 천주교 신자들은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살인자와 케이크를 자른 추기경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다”, “추기경이 있는 곳을 찾아 기도나 미사를 드려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태그해 추기경을 해임을 요구하거나 교황과 교회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반(反) 군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을 멈추기 위해 군경 앞에 무릎을 꿇었던 누타웅 수녀가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누타웅 수녀는 지난 2~3월 북부 카친주의 수도 미치나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검거하려는 미얀마 군경 앞에서 두 차례에 걸쳐 무릎을 꿇고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 인물이다. 이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되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나도 미얀마의 거리에서 무릎을 꿇는다”며 폭력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누타웅 수녀를 올해 영향력이 있는 100인의 여성 중 한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자신을 미얀마 천주교 신자라고 밝힌 나잉씨는 26일 아시아투데이에 “누타웅 수녀를 비롯해 많은 성직자들이 미얀마와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있는데 추기경은 살인자와 회동했다”며 “우리 교구 신부님과 다른 신자들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군부와 이에 응한 마웅 보 추기경을 비판하고,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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