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한전과 비교 평가한다고?”…개편된 경영평가에 발전공기업 ‘울상’

“한전과 비교 평가한다고?”…개편된 경영평가에 발전공기업 ‘울상’

기사승인 2022. 01. 24. 12: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기존 규모별 → 에너지·SOC·산업진흥 등 산업별로 평가
발전 공기업, 모회사인 한전과 평가 부담 느껴
"또 순위 매기기?"…발전사 간 경쟁 치열 우려 목소리도
전문가 "더 이상 평가제도는 무의미"
한전 전경
/제공=한국전력공사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대상 기관 분류 기준이 기존 규모별 분류에서 산업별 분류로 세분화되면서 ‘에너지 산업군’으로 묶인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발전공기업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한전과 발전 공기업의 규모와 역할이 확연히 다름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들은 한전과 함께 비교·평가 받는 것에 대해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획재정부는 ‘2022년 경영평가 평가편람’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평가대상기관 유형을 세부적으로 구분했다. 규모에 따라 △공기업1 △공기업2로 분류해 평가했던 것을 올해는 △SOC △에너지 △산업진흥 등 3개 산업군으로 나눠 진행한다. 이에 에너지 그룹에는 한국가스공사·한전·발전 6개사 등 12개 기관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모회사인 한전과 자회사인 발전사는 역할이 다르고, 반대되는 부분도 많은데 한전과 같은 그룹군 내에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 받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수익이 많이 나야 좋게 봐줄텐데 설령 한전 때문에 수익이 줄었다는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전과 발전사는 연료비 인상 여부에 따라 영업실적이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력 구입단가(SMP, 계통한계가격)가 높아지게 된다. 한전은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공급하는데, 이 비용이 SMP다. 연료비 상승에 따라 SMP도 오르게 되면 한전은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평균SMP는 전월 대비 12.4% 증가한 142.81원이었다.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SMP 등락에 따라 한전과 발전 공기업들의 실적 희비가 달라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한전은 SMP 상승 부담에 1조1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발전 6개사는 1조883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이슈 등 공동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과도한 발전 공기업 간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각 기관별 협력이 중요한데 비슷한 성격의 기관들이 묶여 평가를 받으면 2011년 이전처럼 순위 경쟁이 심화돼 협력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사들은 2011년 시장형 공기업 진입 이전 한전이 주관하는 발전회사 경영실적 평가를 받으면서 내부 경쟁이 과열됐다. ‘또 발전사 1등, 2등을 가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한전이 발전사들을 평가했을 때 발전사 간 내부경쟁이 심화된 적 있었다”며 “이후 발전사들이 공기업군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전보다는 발전사 간 협력관계가 조성됐지만, 이렇게 다시 분야가 한정돼 버리면 경쟁이 심화될까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업별 구분이 평가의 타당성과 적절성을 높일 수 없다며 평가제도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가의 모든 기관을 하나의 부처가 공통된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사회·경제가 급변하고 커지는 현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가가 공기업에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다. 지금은 전체 기관을 군에 나눠 경쟁시키고 있는데 사실 공기업·공공기관은 다 특색이 다르다.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여건도 다르다. 획일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장 옳은 것은 기관 별로 따로 평가하는 것이다. 기관 내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역시 “사실 한전이나 발전사 등 전기·석유·화학 등 에너지 산업에 속한 공기업들은 서로에게 대체 관계로 봐야 한다. 경제나 사회 환경에 따라 받는 영향도 산업별로 다르다. 한전, 한수원 등 연관 기업이 많은 경우에는 비교·평가한다는 게 더욱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상장된 공기업들은 수 많은 주식시장의 감시자들이 존재한다. 기재부의 40여 개 평가 항목보다 훨씬 정교하고 촘촘한 1만개 이상의 채점기준이 있기 때문에 기재부의 평가제도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법에 따른 기재부의 일괄적 평가보다는 상장된 공기업은 주식시장 판단에 따르고, 공기업보다 작고 전문적인 기관들은 산하 부처에서 관리·감독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재부는 평가는 세부유형별로 하지만, 등급을 결정지을 때는 전체 기관 대상으로 상대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같은 산업군 내에 있는 대상기관끼리 평가를 하게 되면 유사한 기관 간 공통 지표를 적용할 수 있다. 산업별, 업무특성별로 감안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등급 산정시에는 전체를 대상으로 상대평가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