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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일회용 컵에 붙이는 위·변조 방지 라벨…성공 가능성은 ‘갸웃’

[취재후일담] 일회용 컵에 붙이는 위·변조 방지 라벨…성공 가능성은 ‘갸웃’

기사승인 2022. 01. 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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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10일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한국조폐공사의 위·변조 방지 스티커(라벨) 사업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일회용 컵 회수로 환경 보호가 가능하고 재활용 촉진이 예상되면서도 매장 직원들의 업무 과중 등 벌써 이런 저런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매장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300원의 보증금이 추가로 결제되고, 일회용 컵을 구매 매장 혹은 다른 매장에 돌려주면 다시 300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구매자와 반환자가 달라도 길거리에 방치된 일회용 컵을 주워 반납하면 보증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여기에는 조폐공사의 위·변조 기술이 들어간다. 일회용 컵의 중복된 반환을 막기 위해 일회용 컵 표면에 조폐공사의 위·변조 방지 스티커(라벨)가 부착된다. 지난해 11월 열린 조폐공사의 ‘2021년 보안기술 설명회’에서는 이 라벨 사업이 공개됐다. 당시 현장에 참석한 대다수 방문객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미지근한 반응을 내비쳤다.

매장 직원들의 업무 강도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나왔다. 한 방문객은 “이 라벨 붙이는 걸 누가 하나요? 매장 직원들이 매장 업무를 하면서 라벨 붙이는 작업도 같이 하게 되나요?”라고 묻자 조폐공사 관계자는 “매장 직원이 일회용 컵 제공할 때 라벨을 붙이고, 반환할 때 바코드를 찍는다. 바코드를 찍어야 보증금 대상이라는 게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일일이 라벨을 부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QR코드처럼 일회용 컵에 인쇄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제조공장에서 처음부터 라벨을 일회용 컵에 인쇄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폐공사 관계자는 “사실 흰색의 표준화된 컵에 인쇄를 하면 가장 바람직한데 수입 제품도 있고, 해외 유명 브랜드 등도 있어 (컵 제조과정의) 통제가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라벨을 부착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실제 환경부에서는 컵을 통일하는 게 불가능해 최소한의 제약만 뒀다. 플라스틱 컵의 경우 윗면 지름 90㎜, 종이 컵은 80㎜ 이상으로 규격을 맞췄다. 그러나 일회용 컵끼리 포갠다고 해도 높이나 너비가 제각기 달라 부피를 줄이는 게 한계가 있어 매장 내 공간을 상당수 차지하거나 관리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여러 방문객들이 “직원들 업무가 과중해질텐데…”라는 반응을 보이자 조폐공사 측은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현장에서 조폐공사 관계자는 당분간 사업을 운영하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 뿐이었다. 저항은 예상되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공공기관은 설립 목적에 따라 국가 정책과 떼어놓을 수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이 허수아비 마냥 별다른 전략 없이 정부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조폐공사가 기존 전통 화폐사업에서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위·변조 방지 기술을 넣은 라벨을 생산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공사만의 사업 계획은 없는 셈이다. 라벨 생산 비용은 또 국민 혈세로 충당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02년에 도입됐다가 폐지되기도 했다. 앞선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집행기관에서도 사업에 대한 확신과 전략이 없는데 과연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흐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업무에 집중하도록 지휘·감독 역할을 하고, 공공기관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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