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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술 전 환자에 수술여부 등 숙고할 시간 줘야”

대법 “수술 전 환자에 수술여부 등 숙고할 시간 줘야”

기사승인 2022. 02. 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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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수술 뒤 반신마비…4억4000만원 배상하라 소송
1·2심 "병원은 위험성 충분히 설명해"→대법 "충분한 시간 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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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수술의 위험성을 안내했더라도 환자에게 수술을 결정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 B씨 병원을 방문해 △추체간 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 등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전 A씨는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있긴 하지만 협착이 심하지 않아 마취나 수술을 못할 정도는 아니고,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수술 이후 A씨는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왼쪽 팔다리 근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했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현재도 뇌경색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로 모든 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며, 스스로 대소변 조절·관리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 측에서는 B씨의 병원이 주의 의무 및 설명 의무를 위반하고 수술을 진행해 영구적인 장애를 입게 됐다며 B씨 병원을 상대로 4억4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B씨 병원에서 A씨에게 수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고, 수술 이후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 병원이 경동맥 초음파 등 뇌졸중 위험도 평가를 거쳐 수술을 결정한 점 △A씨에게 이상반응이 나타나자 곧바로 뇌 CT 검사를 진행한 점 △뇌경색 의심소견 확인 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점 △A씨도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뒤집었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를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원고는 수술로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수술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가 침해된 것으로, 원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병원 의사들에게는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의사들의 설명과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원고가 숙고를 거쳐 수술을 결정했는지를 심리해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에게는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은 채 수술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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