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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불교유감

[아투 유머펀치] 불교유감

기사승인 2022. 04. 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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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인도 카스트의 두 번째 계급인 크샤트리아는 왕과 귀족 등 국정운영 세력이다. 불교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어느 크샤트리아가 석가모니에게 심한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다. 가만히 듣던 석가모니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음식을 차렸다가 손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요?” 크샤트리아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우리 가족끼리 먹지요!” 그러자 석가모니가 다시 말했다. “지금 당신이 내게 보낸 비난과 욕설, 유감스럽지만 나는 받지 않겠습니다.” 석가모니의 해학적인 설법에 그 크샤트리아는 크게 깨우치고 출가를 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왕사(王師)인 무학대사의 농담도 그렇다.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돼지같이 생겼다”는 농을 던지자, 무학대사는 오히려 “전하는 어찌 그리 부처님처럼 생기셨소”라고 응답했다. 이성계가 그 이유를 묻자 “돼지의 눈에는 상대가 돼지로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모두가 부처로 보이는 법”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에게 악담을 하거나 모욕을 가하면 다시 내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自業自得).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因果應報).

불교계가 지난 1월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대규모 승려대회를 열었다. 28년 만의 야단법석이었다. 불교계와 정부·여당의 갈등은 정청래 의원의 ‘통행세’와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촉발됐지만, 대통령과 정부의 지속적인 종교 편향적 정책으로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더구나 ‘등산객 삥 뜯는 산적’ ‘정치승려들’ 운운하는 친여 성향 커뮤니티의 막말까지 가세하며 불심(佛心)이 들끓었던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추대 법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두고 퇴임 전 불교계와의 화해를 위한 행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 5일 북악산 산행에 나선 문 대통령이 법흥사 터 연화문 초석에 앉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또 불교계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업보(業報)를 희석하기 위해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운(運)까지 따르지 않는 것인가.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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